'삼중고' 시달리는 한국 철강…4년 만의 호황에도 '구경꾼'
중국산 열연 가격이 3년9개월 만에 t당 540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2015년 말 260달러까지 추락했던 가격이 오랜만에 정상화됐다는 징조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여파로 침체기에 빠졌던 전 세계 철강시장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공급 억제 정책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하지만 한국 철강업체들은 웃을 수가 없다.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은 물론 주요 거래처인 조선·자동차 업체들의 불황,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통상임금 확대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른바 ‘노동 3종 세트’가 업계의 수익성 회복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전기료 인상 카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두 배 이상 가파르게 오른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강판의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후판을 매입하는 조선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등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6만원 인상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냉연과 열연 가격 등도 t당 2만~5만원가량 올랐지만 중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 폭에 비하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푸념이다. 또 선박용 후판 가격은 지난 몇 년간 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조선업체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3년 가까이 동결해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제품과 원료가격 모두 바닥권에 머물고 있을 때가 좋았다”며 “우리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도 전기료 인상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또 철강업계는 특성상 사내 하도급이 많아 비정규직 비중이 산업계에서 가장 높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