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에 반발해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채 물러났다.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에 반발해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채 물러났다.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회가 5일 자유한국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었지만 한국당이 연설을 거부하고 불참하면서 개의도 못했다.

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전날부터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역사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도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의 입장을 국민에게 생중계로 알릴 수 있는 연설 기회까지 포기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포기하고 한·미 동맹 강화와 전술핵 재배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한 실효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면담하고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등 장외투쟁도 벌였다. 문 대통령 면담은 불발됐다.

당내에선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양당 구도가 아닌 다당 구도에서 국회 보이콧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완급을 조절하면서 여론 추이를 살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6~7일엔 국회 보이콧은 계속하되 장외투쟁은 잠정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 순방을 갔을 때 장외투쟁은 중단하는 것이 정치 도의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 뒤엔 더욱 가열차게 방송 장악 포기와 대북 정책 수정 등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장외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한국당을 비난하며 국회 보이콧 철회를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이라고 해서 법 집행 앞에 특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며 “한국당이 주장하는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는 그야말로 혹세무민”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