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대구은행을 압수수색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5일 대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박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연루 혐의를 받는 부장급 간부 5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박 회장 등이 일명 ‘상품권깡’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5% 상당의 수수료를 내고 현금화해 비자금을 마련한 정황이 있다고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이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박 회장을 포함한 총 6명의 대구은행 관계자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했으며, 향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정확한 비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 등을 파악하려는 목적이다. 대구은행의 전 행장들이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내부 제보를 받고 지난달부터 내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본인의 경영 능력 논란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이유로 사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왔다. 이에 박 회장은 지난달 21일 다수 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 내사에 대해) 잘 대응하겠다”고 말해 당장 거취를 결정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경찰이 압수수색에까지 나서면서 대구은행과 대구지역 경제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직원들 사기와 고객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금융계는 경찰의 대구은행 수사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희은/대구=오경묵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