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석유공사 사장 반발
"구조조정 위해 필요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20일부터 4월21일까지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을 비롯한 조직·운영 실태를 감사한 뒤 이 같은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김 사장 외에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이 채용 관련 비리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들 4명의 기관장에게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주무부처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또 권혁수 전 석탄공사 사장,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등과 연관된 4건의 비리에 연루된 8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용빈 원장은 2015년 9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지인으로부터 “딸 A가 디자인진흥원 응시원서를 냈다”는 전화를 받고 부하직원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그 결과 총 17명을 서류전형 위원에게 추천하고 정당한 평가 없이 A를 서류 합격자에 포함시켰다.
석탄공사는 2014년 8월 청년인턴 10명을 채용해 2015년 4월 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당시 권혁수 사장은 자신의 조카 B에게 석탄공사 인턴에 응시하도록 한 뒤 사장 집무실에서 담당 실장을 불러 “B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이어 조카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백 사장은 석탄공사 본부장 시절인 2016년 5월 정규직 채용에서 필기시험 결과 응시자 36명 전원이 과락에 해당하는데도 직원의 딸 C 등 상위 22명에게 면접 기회를 줘 C 등 6명이 최종 합격했다.
김정래 사장은 취임식 다음날인 작년 2월3일 처장에게 자신의 전 직장 후배와 고교·대학 후배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며 이들을 1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했다.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 김모씨는 2013년 11월 당시 최흥집 사장 집무실에서 “신축 예정인 워터파크 쪽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취지로 부탁하며 이력서를 건네 최종 합격했다. 최 전 사장은 기조실장을 불러 김씨를 경력직으로 채용하라고 했다. 최 전 사장과 김씨는 이 사건으로 춘천지방검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감사원 발표에 대해 일부 해당 공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조치 권고 대상이 된 김정래 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내 전문계약직 채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사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했고 공사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공사 규정을 어기면서 채용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다”며 “정부, 노조위원장, 감사에도 이력서를 보여주며 상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