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이 최종 판단…이찬희 서울변호사회장 "직업 선택 자유 등 침해"
서울변회 "양심적 병역거부 변호사 등록시켜야"… 변협에 의견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5일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백종건(33·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의 재등록 신청에 '적격' 의견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는 "상임이사회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한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고려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 적격 의견을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등록 허용 여부는 대한변협이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백씨는 "종교적 양심에 따르겠다"며 입대를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으로 2011년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백씨는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선고받고 지난 5월 말 출소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변호사법 규정에 따라 변호사 등록도 취소됐다.

변호사법은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 변협이 등록심사위를 열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서울변회는 이 같은 결격 사유 및 등록 거부 규정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행복 추구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찬희 회장은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계속 실형을 살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고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 입법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등록 거부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전국 법원에서 총 26건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서울변회가 지난해 실시한 소속 변호사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천200명 중 80%가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냈다.

이 회장은 "만약 변협이 등록을 거부하면 변회 차원에서 변호사법 규정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며 추후 해당 조항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변회는 내달 중순께 백 변호사와 함께 대체복무제 도입 및 변호사법 개정 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