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일 오전 11시2분

[마켓인사이트] 해외투자 속도내는 기아차… 10월 5억달러 글로벌 본드 발행
기아자동차가 오는 10월 5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다. 통상임금 문제로 국내 사업장의 비용 압박이 늘어난 가운데 기아차가 해외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5억달러어치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투자자들의 수요에 따라 발행 규모가 최대 10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는 5년과 10년 두 종류로 나눠서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오는 10월 중순께 수요예측을 할 전망이다. 주관사는 BoA메릴린치, 크레디아그리콜, 씨티글로벌마켓증권, HSBC, 노무라증권 등이 맡았다.

기아차가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서는 건 1년6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4월 7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에서 기아차는 투자자들로부터 120억달러어치 매수주문을 이끌어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사상 최대 규모였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무디스와 피치는 기아차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열 개 중 상위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BBB+’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A-’로 평가하고 있다.

기아차의 이번 채권 발행은 해외 투자 자금 마련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아차는 현재 상환해야 할 외화표시 채권이 없다. 기아차는 올 들어 인도시장 투자를 발표하며 해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인도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을 위해 1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최근엔 인도 현지 판매망 구축을 포함해 총 20억달러로 투자 규모를 늘렸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일부 패소하면서 해외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판결금액 4223억원을 포함해 잠정적으로 약 1조원 안팎을 부담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기준이 바뀌면서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세제 혜택이 큰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