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정치' 글로 사법 정치화 논란 부른 오현석 판사 두둔 나선 '진보' 법조인들
'재판은 곧 정치’라는 내용의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사법부 정치화’ 논란을 일으킨 오현석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소위 ‘진보성향’ 법조인들이 거들고 나섰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은 정치다라는 건 이미 법철학이나 법사회학에서는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명제나 다름없다”고 오 판사를 옹호했다. 그는 “개개의 판사들 저마다의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이 판결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정치적 성향이 반영되지 않은 순수한 판결이라는 게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페이스북 활동 등을 통해 진보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낸 임은정 검사(43·사법연수원 30기)도 나섰다. 임 검사는 페이스북에 “(오 판사의 글) 전문을 보니 틀린 말이 없다”며 “언론에서 글을 거두절미하고 견강부회해 비판하던데 진영논리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날을 세웠다. 올해 대선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까지의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이라고 적어 논란이 된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도 오 판사를 두둔하는 취지의 글과 댓글을 여럿 남겼다.

하지만 이 같은 옹호 댓글이 비판을 더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오 판사가 말하는 정치가 넓은 의미의 정치라 해도 결국 그의 주장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좁은 의미의 정치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는 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언급한 부분은 지적 오만까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오 판사의 글에는)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당파적인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는 말은 없고, 법적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도 의미가 불분명하다”며 “같은 법률 문제라면 결론은 하나여야 하는데 이렇게 한 판결도 맞고, 저렇게 한 판결도 맞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