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전략자산 한반도 배치·對中 압박수위 강화할듯
트럼프 선택에 따라 한반도 일촉즉발 격랑으로 빠져들수도
[북 6차핵실험] 美 강력대응 불가피…군사옵션 급부상 가능성
북한이 3일 오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6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하는 초강력 도발을 함으로써 미국의 강경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전방위 압박에 나설 경우 북미 간 급속한 긴장 고조와 함께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에서의 규모 5.7 인공지진은 미국 워싱턴 현시 시각으로 토요일 자정을 앞두고 발생했다.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심야시간대를 이용한 북한의 계산된 도발로 보인다.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과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 간 채널은 긴급히 가동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즉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에 이어 약 1년 만에 6차 핵실험을 함으로써 미국이 어떤 대북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북한 주장대로 6차 핵실험이 성공적이었다면 이는 북한의 핵 능력이 더욱 고도화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핵무기 운반수단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까지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및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해 의문이 없진 않지만,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직접적인 핵·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천명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에 낙하한 직후 나온 반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같은 달 8일에는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가뜩이나 북미 간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도발의 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안팎에서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을 염두에 둔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한 목소리도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외교적 해법을 재확인하며 수위를 조절해왔지만 이런 '외교적 해법'의 공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핵심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통한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일 소지가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을 향해 더욱 강한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등 보다 강력한 독자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 제재도 거론되나 효용성 측면에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군사옵션의 경우 실제 이행을 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만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그동안 성향에 비춰 미국이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극단적인 대립으로 가든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냉각기를 거쳐 다시 유화국면을 모색할지 현재로썬 예단할 수 없지만,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