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사이에서도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과 대표적 수출기업인 기아차의 경영 상황을 걱정하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법원이 잘못된 관행에 마침표를 찍고 노동자들이 땀흘린 만큼 정당한 몫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안 처장은 "한국은 본봉을 적게 주고 수당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관행이 지속돼 노동자들이 철야나 휴일·연장근무를 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은 원칙적으로는 모두 월급(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임금의 폭넓은 인정에 따라 기업 경영이 나빠진다는 우려 목소리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노동자의 수입이 늘어야 소비·저축·투자가 늘면서 내수가 활성화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는 영업이익만 1조가 넘는 '1조원 클럽'이 40곳 가까이 된다"며 "지금까지는 그 돈을 사내유보금과 투자자에 대한 배당으로 돌렸다면 이제는 노동자에게도 제대로 주라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삼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숭실대 법학과 교수)은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6년 전만 해도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8%대였으나 지금은 2%대로 추락했고 앞으로 전망은 더 안 좋은 상황"이라며 "임금 채무는 회사 입장에서 빚을 내서라도 갚아야 하는데 앞으로 적자가 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총장은 "재판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쉬운 면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늘린다고 하는데 이런 경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소송이 기아차 외 기업 전반으로 확대됐을 때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혼란도 야기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원이 판례로 정한 것이므로 노사 간 공히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며 "사측은 지출이 늘어나 경영 부담이 있을 것이고, 노측은 기업 내 노동자로서의 자기 책임과 사측이 요구하는 요건 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직장인 유모(38)씨는 "야근을 하거나 휴일에 일한 데 대해서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면서도 "회사에서 다른 방식으로 임금을 줄여나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ojun****를 쓰는 트위터 이용자는 "세계 최고 임금을 받는 강성노조 때문에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치명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근로자 2만7천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회사가 노조에 4천2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