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프랜차이즈 등 납품가격 공개…업체명 공개안해 실효성 의문도

내달 1일부터 국내 대형마트와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납품받는 닭고기의 원가가 공개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달 1일부터 축산물품질평가원과 농식품부 홈페이지에서 닭고기 유통 가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닭고기 가격공시'를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국내에서 유통단계별 닭고기값이 공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닭고기는 소·돼지와 달리 경매 등을 거쳐 유통되지 않아 시장 흐름에 따른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생산에서 도축, 가공 등을 거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얼마만큼의 유통 마진이 붙는지 알 수 없는 구조여서 소비자가 치킨 가격에 포함된 닭고기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닭고기 유통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격공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관련 법 개정 등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 가격공시는 우리나라 닭고기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9개 육계 계열화 사업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참여 업체는 하림, 올품, 한강CM, 참프레, 동우팜투테이블, 사조화인코리아, 체리부로, 마니커, 목우촌 등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식품부는 가격 공시를 할 때는 계열화사업자의 업체명이나 개별 프랜차이즈, 마트 상호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익명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육계 계열화 사업자들이 농가로부터 살아있는 닭을 사들이는 평균가격(위탁생계가격)과 도계 후 대형마트·프랜차이즈·대리점에 납품할 때 받는 일일 평균 가격(도매가격) 등이다.

이들 업체와 별개로 계열화 사업자에 속하지 않은 농가가 사육한 살아있는 닭을 중간유통상인 격인 생계유통업체 10곳이 도계장에 판매하는 가격(생계유통가격)도 공개된다.

이 가운데 도매가격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연 매출액 기준 100억 원 이상이라고 신고한 프랜차이즈 11곳에 납품되는 닭고기 가격이 공개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 치킨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대리점은 계열화업체에서 닭고기를 사들여 단체급식·식육 가공업체·닭고기 도소매 등에 납품하는 중간유통업체를 의미한다.

정부는 계열화업체들이 납품하는 대리점 20곳 이상, 매출 기준으로는 50% 이상의 납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매가격은 전부 닭 규격(9∼13호)별로 공시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열화 사업자가 프랜차이즈업체에 판매하는 가격이 공시됨에 따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 가격 인상 시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소비자도 생닭 유통 가격과 치킨 가격 차이를 인식하게 됨으로써 원가와 판매가 간 연동이 되도록 가격 조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식품부는 향후 농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관계기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가격공시가 '자발적 참여'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가격공시를 하지 않은 계열화 업체들을 과태료 부과 등 처벌할 방법이 없다.

가격만 공개될 뿐, 계열화업체명이나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유통업체 등 개별 업체의 상호는 전부 익명처리되므로 소비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대로 가격공시제 자체가 개별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경제활동을 지나치게 침해학 규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우선 자발적인 닭고기 가격공시를 시행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축산계열화법을 개정해 닭·오리를 대상으로 의무 가격공시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 연구용역과 전문가협의를 거쳐 관련 입법안을 마련, 2019년부터 소·돼지·닭·오리 등 축산물가격 의무신고제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축산물가격 의무신고제는 축산물 산지·도매가격과 소매가격 간 연동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에 합리적인 선택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석유처럼 단계별로 가격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 공시하는 제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개별 업체명을 발표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배될 여지가 있어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추후 축산물 가격 의무신고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법 개정 등을 검토하고, 내년부터는 닭고기 가격도 규격별이 아닌 중량(g)으로 공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