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족에 성과 못내면 동력 상실" vs "전화위복 계기 될 수도"

절대평가 확대를 뼈대로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1년 미뤄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 절대평가화는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을 내세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것일 뿐 아니라 새 정부 교육개혁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시험 부담과 소모적인 무한경쟁 완화를 통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수단으로 수능 절대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개편이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연기된 것은 '교육개혁 설계자'로 알려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 부총리는 절대평가 전과목 확대를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4과목 절대평가로 한 발짝 물러선 데 이어 다시 개편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자칫 교육개혁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수능 시험과 밀접하게 연결된 고교 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다른 주요 정책도 잇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정부가 수능 개편을 1년 미루고도 내년 8월까지 약속한 대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입 개선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추진력은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보여준 '소통 부족'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면 교육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반면, '땜질식 손질'이 아니라 다수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안정적인 입시제도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러 교육 전문가와 단체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교육부의 수능 개편 유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는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수능개편 논의를 중단하라"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4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단체가 가입한 사회적교육위원회의 요구 사항은 이번 교육부 결정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이 단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예정대로 운영하되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개편을 1년 미룰 것을 주문했다.

여러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입시개혁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요구는 고교, 대학,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가칭) '대입정책포럼'으로 반영됐다.

사회적교육위원회는 "입시제도는 자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시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일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폭넓은 합의 도출을 통해 입시제도의 전반적 개편뿐 아니라 고교와 대학 체제 개편을 포함하는 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교육제도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1년 뒤에 100% 만족하는 방안이 안 나온다고 해도 소통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