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줄기세포 치료의 부작용인 암이나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머지않아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카하시 준 일본 교토대 교수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파킨슨병에 걸린 원숭이 뇌에 이식해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뇌 조직이 손상돼 걸리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며, 행동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보통 65세 이후 발병하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이 아직 없는 희귀 질환이다.

연구진은 iPSc로 만든 신경세포를 원숭이 뇌 속에 직접 이식하고 파킨슨병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iPSc는 성인 체세포를 배아 상태로 역분화시킨 뒤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만든다. 세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다양한 부분으로 분화하는 세포로 만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가 난자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난자가 필요 없어 윤리적 문제를 비켜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iPSc를 활용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체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화 능력이 떨어지거나 암이나 면역거부 반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극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 3명을 포함해 총 7명에게 체세포를 얻어 이를 iPSc로 만들었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전 단계인 전구세포를 만들어 파킨슨병을 앓는 원숭이들의 뇌에 이식한 뒤 약 2년에 걸쳐 관찰했다. 세포를 이식받은 원숭이들은 떨림, 경직, 자세 불안정 등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개선됐다. 약 1년 뒤 증상 정도를 점수로 매긴 결과에서도 점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원숭이 뇌 속에 넣어준 신경 전구세포가 신경세포로 제대로 분화했다”며 “iPSc로 만든 전구세포가 정상적인 신경세포로 자리 잡으면서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원숭이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단층촬영(PET) 장비로 촬영한 결과에서도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난 2012년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신경전구세포를 만들어 파킨슨병을 앓는 원숭이 뇌에 이식해 움직임이 45%까지 개선된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윤리적으로 안전한 iPSc를 활용해 안전성 검증까지 마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다카하시 준 교수는 세계 최초로 iPSc를 활용해 노인성 망막변성 환자를 치료한 다카하시 마사요 이화학연구소 연구원의 남편이다. 다카하시 마사요 연구원은 지난 2014년 70대 여성 환자에게서 피부세포를 채취해 iPSc로 만든 뒤 망막조직으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번 연구로 iPSc를 이용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교토대는 이르면 내년 중에 파킨슨병 환자 대상의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