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텐]‘지옥의 명기’ 혼다 아프리카 트윈 개발 연대기(下)
◆거듭된 진화
양산형 모델도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했다. 1990년 XRV650은 742cc로 배기량을 키운 XRV750으로 재탄생했다. 커진 심장은 최고출력 61마력의 힘을 뿜었고, 힘이 세진만큼 배터리 용량과 윈드쉴드도 커졌다. 이후 1993년에도 풀체인지를 한 뒤 2003년까지 생산하며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대표주자 자리를 지켰다.
◆진정한 모험가
혼다는 현행 모델인 CRF1000L의 컨셉을 ‘트루 어드벤처’로 잡았다. 다카르 랠리에서 누구보다도 앞서 질주하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최신 기술을 접목해 보다 ‘무모한 도전’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멀티퍼퍼스는 투어러다. 하지만 투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프리카 트윈은 투어 중에서도 여행이 아닌 모험을 정조준 했다. 998cc 병렬 2기통 엔진은 무게와 크기를 줄이면서 효율과 성능을 챙겼다. 최고출력은 88마력으로 험한 경사지도 거뜬히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시속 60km로 정속 주행 시 32km/L의 연비는 장거리 투어에서도 주유 부담을 한껏 덜어줬다. 연료탱크 용량은 18.8L로 최대 400km를 한 번의 주유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CRF1000L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DCT다. 조작은 쉬워지고 반응은 민첩하며 트랙션 확보는 용이한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오프로드에 적합하도록 세팅해 험로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준비시켜 놓았다.
역사와 성취, 위기와 이를 극복한 불굴의 정신까지. 아프리카 트윈의 걸어온 길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 반드시 갖춰야 할 모범답안과도 같다. 21세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CRF1000L는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그렇기에 과거 NXR750의 혈통을 고스란히 갖춘 역설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CRF1000L의 자태를 감상하면서 누구나 사막에서 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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