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공장 다섯 곳 중 1·2·3공장(베이징)과 4공장(창저우) 등 네 곳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진출한 한 외국계 협력업체가 대금 지급 지연에 불만을 품고 납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베이징잉루이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프랑스 회사인 플라스틱옴니엄의 중국 합작회사로 매출의 상당액이 베이징현대에서 발생한다. 이 회사가 베이징현대에서 받지 못한 대금은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료탱크는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공장을 가동하기 어렵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난 상태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도 당초 125만 대에서 80만 대로 낮췄다. 하반기 50만 대를 판매해야만 80만 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하반기 50만 대 판매도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2분기 5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를 의식해 부품업계와 달리 현지 인력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2만6000여 명에 이른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 현지에서 고전하면서 100여 곳이 넘는 현지 중견 부품업체의 공장 가동률도 최근 다섯 달여 동안 50% 아래로 추락했다. 이들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최대 50%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생산설비의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추면서 더 이상 현재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차 부품 관련 기업 수는 145개(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소속 기준)에 달한다. 이 중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수는 130곳 정도다. 이들 기업이 베이징과 허베이 등에 지은 공장은 290곳에 달한다.
그나마 중견 업체(1차 협력사)는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일부 2·3차 협력업체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가동을 중단한 곳도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상당수 기업이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창민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