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가로채는 기술 탈취가 빈번하지만 업체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9일 “원사업자로부터 기술 자료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117개 업체를 심층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고,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업체 A사는 “원사업자의 요구로 기술 자료를 넘겼더니 낮은 단가를 요구하며 이전 거래까지 소급해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B사는 “원사업자가 제품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해 생산 현장을 보여주자 몰래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중국 업체에 넘겼다”고 하소연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기술 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용하는 행위는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에 포함된다. 적발 시 하도급업체 피해 금액의 최대 세 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탈취 조항이 신설된 2010년 이후 공정위에 접수된 관련 신고 건수는 7년간 23건(작년 11월 기준)에 불과했다. 이 중 8건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됐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술 탈취는 중소업체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공정위 직권조사가 필요하다”며 “적발 시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기술 탈취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노력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