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변호사의 금융·보험 바르게 알기 (3)] 금융기관 임직원이 '배임죄' 리스크 없이 대출 관련 업무를 하려면?
최근 강남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 대책들과 관련하여 LTV, DTI, DSR 등 언뜻 알기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들 용어들을 워낙 언론을 통해 많이 듣다보니 친숙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들 용어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함에 있어 상환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LTV는 대출자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시세를 기준으로, DTI는 대출자의 연봉을 기준으로 대출 원리금의 상환가능성을 사전에 가늠해 보는 것이다. 최근 DTI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와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A는 여신 관련규정 및 총액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을 준수하여 대출을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DTI 비율을 넘는 대출들을 승인하였고, 위 대출자들 중 일부는 상환기간이 도래하였으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A를 21억 원 상당의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2016노3080)은 최근 A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찰이 대법원에 대한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위 사건은 확정되었다.

◆DTI 규정을 지키지 않고 대출을 승인하였다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였다고 단정 짓기 어려워

당초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대출 당시 시행되고 있던 DTI 규정을 위반하여 대출을 실행한 것은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계에서 업무에 위배되는 행위에 해당하고 A의 배임의 고의 및 새마을금고의 손해, 배임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모두 인정된다는 이유로 A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1심 판결이 이번에 뒤집어진 것이다. DTI 규정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대출 실행 당시에는 예상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담보 부동산의 가치 하락과 이로 인한 부실채권 발생 등을 대비하여 대출채무자의 신용도와 실질적인 상환능력, 대출채권의 회수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한 범위 내에서 대출을 실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것이 수도권 전 지역에서 확대 시행됨으로써 실수요자의 거래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하여 정부가 2010. 9. 2.부터 2011. 3. 31.까지 한시적으로 특정 거래의 경우 DTI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A가 DTI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 대출채권이 제대로 회수할 수 없어 새마을금고가 손해를 입게 될 상황을 알면서도 A가 대출실행을 강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오히려 A는 DTI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담보대출에 관한 대출 심사기준들을 잘 지킨 사실, A가 적극적 대출로 인한 이자수익 창출을 통해 위기에 빠진 새마을금고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자 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가 DTI 규정을 배제한 것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였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배임에 관한 판례들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대출을 승인함에 있어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사례들은 과거부터 많은 판례들이 쌓여 있고, 우리 대법원의 입장도 분명하다. 금융기관 임직원이 대출을 실행하였으나 대출금이 상환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졌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경영상 판단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하의 의도된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부실 대출과 관련하여 대출 신청자의 특별한 부탁을 받아서 대출 규정을 위반하여 대출이 실행되는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특히 대출 관계자로부터 자신 또는 제3자가 금원을 받거나 그 밖의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그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연장선상에서 DTI 규정에 관한 검토가 이루어진 것이다.

◆대출실행과 관련하여 금융기관 임직원이 향후 주의해야 할 사항

그렇다면 위 판례는 DTI 규정을 무시하고 대출을 실행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위 판례에서 배임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대출들이 실행되던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DTI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DTI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06년에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한 정책인데,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도 많이 줄면서 DTI 규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나타나면서 정부에서도 한시적으로 특정 거래의 경우 DTI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유도하였고, 당시 다른 새마을금고에서도 DTI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채 담보대출이 실행되고 있었던 점들이 들어난 것이다. 게다가 당해 새마을금고의 당시 재정상황의 어려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사장 A가 공격적 영업을 행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자소득도 많이 증대된 점들도 A가 무죄 판결을 받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DTI 규정 적용이 보편화되고 정부가 아파트 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출 강화를 주문하는 현 시점에서 DTI 규정을 위반하여 대출이 나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담보대출에 있어 1차 담보기준인 LTV 규정을 위반한 경우, 금융기관 내부에서 정한 다른 대출 규정을 위반한 경우, 대출과 관련하여 청탁을 받거나 대출실행과 관련한 유 · 무형의 이익을 제공받은 경우 등에는 이 사건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업무상 배임죄의 죄책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도형 변호사의 금융·보험 바르게 알기 (3)] 금융기관 임직원이 '배임죄' 리스크 없이 대출 관련 업무를 하려면?
김도형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학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행정법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로스쿨 졸업(LL.M.)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 제7기 수료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7기 수료

경력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4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한국금융연수원 교재집필 위원(리스실무)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 스타트업 · 규제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석유공사 계약심의위원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