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 ‘큰손’의 필수 투자 대상이었던 공모주펀드가 환매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펀드시장에서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28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2조8512억원(지난 25일 기준)으로 연초보다 1조6981억원(37.3%) 줄었다. 공모주펀드는 2015년 은행 증권 등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 상품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률(17.39%)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1.54%)로 인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처럼 수익률이 저조한 건 공모주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인 신규 상장 종목의 상승세가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공모주펀드는 공모주 이외에 자금의 상당 비중을 채권에 투자한다. 시장금리가 상승해 투자대상 채권의 가치가 하락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어 롱쇼트펀드와 어린이펀드가 순유출이 많이 일어난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오를 만한 주식을 매입하고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을 파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롱쇼트펀드는 연초 이후 설정액이 26.3% 줄었다. 올 들어 3067억원의 환매가 일어나면서 설정액 1조원대가 무너졌다.

롱쇼트펀드 역시 수익성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2.89%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하락을 예상한 종목들이 주가 상승세를 타면서 롱쇼트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펀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14.4%)이 나쁘지 않았지만, 연초보다 설정액이 2477억원 줄어들었다. 일반펀드와 어린이펀드의 투자 대상이나 전략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최근 5년 수익률이 18.4%에 그쳐 매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정보기술(IT)펀드와 멀티에셋펀드는 환매 ‘무풍지대’였다. IT펀드는 연초 1265억원이었던 설정액이 3353억원으로 급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