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구급 등 6~7개 자격증 취득
봉사활동 적극·근무태도 바뀌어
최근 작업 현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SK에너지 울산CLX 안전팀 직원 46명이 ‘1인 1 안전자격증 취득’에 성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왜 이들은 안전자격증을 따게 됐을까.
최윤국 SK에너지 울산CLX 안전팀장은 “뜨거운 사고 현장을 뚫고 들어갈 때 대원들은 26㎏의 장비를 짊어지고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그만큼 큰 사명감이 필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2015년 안전팀에 부임했을 때 직원들의 자존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경험뿐만 아니라 장비, 체력, 상황 판단 능력까지 국내 최고 수준의 안전사고 대응 역량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주변의 평가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안 나면 안전팀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일일이 변명 같은 대답을 하는 것도 썩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퇴직 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최 팀장은 소방, 위험물, 구급, 산업안전 분야에서 한 사람당 자격증 하나씩을 따보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방설비기사, 위험물기능사, 소방안전관리자, 응급구조사 자격증 등이다. 어떤 직원은 ‘귀찮고 창피하다’는 이유로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몇 번이나 최 팀장을 찾아왔다. 그러다가 응급구조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6개월간 국가에서 지정한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3개월간 병원 응급센터에서 실습을 받았다. 그는 “나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회사 지원으로 이런 기회를 얻은 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6월 2년 만에 46명 전 직원이 자격증을 따는 데 성공했다. 자격증을 딴 사람들 가운데 최고령자는 55세였다. 6~7개의 자격증을 딴 경우도 있었다. 최 팀장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전문 지식을 쌓고 국가공인기관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팀이 더 강해졌다”며 “어떤 어려운 상황도 돌파해나갈 수 있는 ‘안전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과거에는 작업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기 바빴다. 이제는 대원들이 직접 응급 처치를 한다. 실제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때 공장 의무실과 협업해 두 명의 환자를 살려내기도 했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최 팀장은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이 ‘업(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