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이 없는 전통 한국화…김환기 그림값의 1/9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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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의 아트마켓 리포트
해외반출 어려워 제값 못 받아
수년째 1000만~7억에 갇혀
근·현대 채색화에는 주목
해외반출 어려워 제값 못 받아
수년째 1000만~7억에 갇혀
근·현대 채색화에는 주목

◆고전하는 전통 한국화시장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작품 가격은 40호 전지(100×72.7㎝) 크기 기준 1억~2억원으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청전과 소정을 제외한 근대 한국화가의 작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김은호 박승무 노수현 장우성 김용진 김응원 오세창 등의 40호 크기 작품은 1980~1990년대에 비해 50% 이상 하락한 1000만~2000만원, 허백련 작품 또한 2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박정준 세정화랑 대표는 “단색화가 정상화의 작품 100호 한 점 값(4억원)이면 한국화 인기 작가의 작품 수십 점을 살 수 있다”며 “한국화 시장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바닥세”라고 분석했다.
◆“해외유통 등 거래 활성화 시급”
한국화 시장의 장기 침체는 문화재보호법(작가 사후 50년 이상 문화재 해외 유통 금지)에 묶여 한국화의 해외 반출이 어렵다 보니 나라 안에서만 맴돌고, 결국 값이 하락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1960년대 초반 제작된 작품도 해외 경매를 위해 반출하려면 일일이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조선시대와 근대 작가의 작품을 외국에 전시하거나 파는 것도 규제받아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술투자자들이 아파트 빌라 등 현대식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국화 구입을 극도로 기피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업화랑도 거래 부진을 이유로 전시를 꺼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화 전시에 역점을 뒀던 학고재화랑은 서양화 전시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때 한국화 전문화랑으로 명성을 얻은 동산방화랑과 대림화랑, 세종화랑은 개점휴업 상태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감정위원장은 “제집에서 대접을 못 받는 ‘더메스틱 디스카운트(domestic discount)’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채색화, 새로운 대안으로 뜨나
그나마 조선시대 민화를 비롯해 궁중 책가도, 근·현대 채색화 장르가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받아 다행이란 의견도 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정조가 창출한 책가도 문화는 고려시대 전통 채색화를 복원한 것”이라며 “채색화는 한국화 시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되는 장르”라고 강조했다.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 화풍을 이룬 천경자의 작품은 최고 17억원(1962년작 ‘정원’)까지 치솟았다. 조선시대 궁중 책가도는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5억4000만원에 낙찰돼 채색화 시장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매체와 재료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산수화의 현대적 확장을 꾀한 작가들도 한국화의 새 대안으로 뜨고 있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은 “작고작가 박생광 김기창 권영우를 비롯해 서세옥, 이종상, 민경갑, 이왈종, 문봉선, 이종목, 유근택, 박병춘 등은 시대 변화에 따라 한국화의 정체성과 현대화로의 담론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