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예산·입법전쟁 시작…문재인 정부 첫 예산 심사대에
원구성 협상부터 신경전 치열…4당체제 협치 본격 시험대


"국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당 중진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내놓은 일성대로다.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예산 심사를 위한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첫 정기국회…"국회의 계절 돌아왔다"
이번 국회에서는 출범 100일을 넘긴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생 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본격 격돌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이 심사대에 오르는 만큼 대대적인 예산 전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상 초유의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치러지는 첫 정기국회인 데다 여야 어느 한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여소야대'의 지형인 만큼 여야 정당 간의 사안별 전략적 공조 등 복잡한 이합집산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조각을 위한 인사청문회 국면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 전초전 성격의 크고 작은 전투가 이전에도 이미 치열하게 펼쳐졌지만,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여야가 제대로 된 전면전을 펼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운영위, 정보위 등 일부 상임위원장 교체를 둘러싼 원구성 협상부터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본격적인 예산, 법안 심사를 놓고는 여야 공수가 뒤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을 우선 과제로 내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거셀 수밖에 없고, 이에 맞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신(新) 적폐' 저지를 내세워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벌써부터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협조할 것에는 협조하고 야당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때에는 확실한 반대를 하겠다며 '존재감'을 톡톡히 부각시키는 상황이다.

당장 여권에서는 지난 정권 내내 큰 폭으로 증가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을 비롯해 예산 심사에서부터 전 정권의 그림자를 걷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권은 증세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하며 예산 심사에서는 일종의 느슨한 연대를 형성, 문재인 정부의 민생 정책을 '퍼주기 정책'으로 규정하며 여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첫 정기국회…"국회의 계절 돌아왔다"
입법 전선은 한층 복잡하다.

12월 2일 이전까지 예산 처리가 강제된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 시한에 맞춰 예산을 처리하는 관행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선진화법의 또 다른 양면인 철저한 합의 처리 원칙에 따라 상임위별 법안 심사는 갈수록 험준한 절차를 밟고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을 포함해 여권에서 '적폐 청산'을 내세워 추진 중인 국정원법 개정, 초고소득자에 한정한 이른바 '핀셋 증세' 등 전방위에 걸쳐 전선이 형성돼 사실상 정기국회 무대는 지뢰밭에 가까운 형국이다.

특히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 마련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공영 방송 사장 선출 시 사장 선임권이 있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한 '특별 다수제' 도입을 놓고 사실상 여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야권의 반발이 어느 지점보다 거세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역시 이번 국회 내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원칙적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놓고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개헌 역시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선 연내 큰 가닥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 이후 곧바로 지방선거 국면이 이어지는 만큼 여야 모두 확실한 승기를 초반부터 거머쥐기 위해 정기국회 내내 기세를 높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27일 "정권 교체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중요한 첫 승부처"라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국회에서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높고, 선거를 앞둔 야권 역시 지지층 확보를 위해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