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예술 사이…"서정주, 읽고 나서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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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전집 5년 만에 20권 완간
전집엔 뭘 담았나?
시·산문·시론·소설·방랑기 등 생전 68년간 남긴 글 모아
제자와 연구자들이 5년 작업
미당의 예술적 평가
미당 문학은 최고 문화유산…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
공·과 제대로 평가해야
전집엔 뭘 담았나?
시·산문·시론·소설·방랑기 등 생전 68년간 남긴 글 모아
제자와 연구자들이 5년 작업
미당의 예술적 평가
미당 문학은 최고 문화유산…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
공·과 제대로 평가해야
“정치는 짧고 예술은 깁니다. 긴 역사 속에서 다른 것들은 사라지더라도 미당의 문학은 훌륭한 문화예술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이남호 고려대 교수)
미당 서정주(1915~2000·사진)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이 20권으로 완간됐다. 전집은 시·산문·시론·방랑기·민화집·소설 등 10대부터 80대까지 서정주가 생전 68년간 남긴 글들을 담았다. 미당의 제자이자 전문 연구가인 이남호 교수, 이경철 문학평론가, 윤재웅 동국대 교수, 전옥란 작가, 최현식 인하대 교수 등 다섯 명의 편집위원이 자료 수집부터 교정까지 맡아 5년간 작업했다.
21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전집 완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 교수는 서정주를 두고 “겨레의 고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이라고 평했다.
그는 “한 시인이 특출난 시집 한 권을 내면 ‘한국 문학사의 별’이라고 표현하는데 미당은 별이 정말 많이 모인 안드로메다 성운 같다”며 “이렇게 폭넓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한국의 문학 예술인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 작가는 “특히 ‘시전집 1~5권’이 압도적 완성도를 자랑한다”며 “정본 950편을 담아 한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로 평가되는 그의 시집들의 전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집에서는 시인으로서의 서정주뿐 아니라 문장가로서의 섬세한 감성도 확인할 수 있다. 전집 11권에는 본인 시의 탄생 비밀을 스스로 서술해 놓은 산문이 수록돼 있다. 스스로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설을 쓴 셈이다.
20권의 전집 중엔 서정주가 쓰지 않은 글이 단 한 편 있다. 전집 9권에 수록된 황순원이 서정주에 대해 쓴 4행시다. 시인인 서정주가 황순원에 대해 쓴 산문의 ‘답가’다. 이 밖에 세계 여행 방랑기(14·15권), 세계의 민담을 각색한 옛 이야기(16·17권)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서정주는 가미카제 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마쓰이 오장 송가’를 쓰는 등 친일 행적을 비판받아왔다. 일부 문인단체는 미당문학상 등 그의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송경동 시인은 지난달 미당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서정주 시인의 정치적,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서정주가 이룩한 문학적 미학이 퇴색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약점이 있던 사람”이라며 “만약 미당이 《화사집》 한 권만 남기고 20대에 요절했다면 ‘애비는 종이었다’는 한 문장만으로 전설적인 시인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생일에 축시를 써 바치는 등 5공 군사정권을 찬양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평론가는 “생래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변호했다. 그는 “생전에 5공 문제에 대해 물었더니 ‘깡패 같은 사람을 치켜세워주면 사람을 덜 때리고 덜 죽일 것 같아서 그랬다’고 답했다”며 “오히려 ‘정치적 무뇌아’에 가깝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미당 서정주(1915~2000·사진)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이 20권으로 완간됐다. 전집은 시·산문·시론·방랑기·민화집·소설 등 10대부터 80대까지 서정주가 생전 68년간 남긴 글들을 담았다. 미당의 제자이자 전문 연구가인 이남호 교수, 이경철 문학평론가, 윤재웅 동국대 교수, 전옥란 작가, 최현식 인하대 교수 등 다섯 명의 편집위원이 자료 수집부터 교정까지 맡아 5년간 작업했다.
21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전집 완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 교수는 서정주를 두고 “겨레의 고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이라고 평했다.
그는 “한 시인이 특출난 시집 한 권을 내면 ‘한국 문학사의 별’이라고 표현하는데 미당은 별이 정말 많이 모인 안드로메다 성운 같다”며 “이렇게 폭넓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한국의 문학 예술인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 작가는 “특히 ‘시전집 1~5권’이 압도적 완성도를 자랑한다”며 “정본 950편을 담아 한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로 평가되는 그의 시집들의 전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집에서는 시인으로서의 서정주뿐 아니라 문장가로서의 섬세한 감성도 확인할 수 있다. 전집 11권에는 본인 시의 탄생 비밀을 스스로 서술해 놓은 산문이 수록돼 있다. 스스로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설을 쓴 셈이다.
20권의 전집 중엔 서정주가 쓰지 않은 글이 단 한 편 있다. 전집 9권에 수록된 황순원이 서정주에 대해 쓴 4행시다. 시인인 서정주가 황순원에 대해 쓴 산문의 ‘답가’다. 이 밖에 세계 여행 방랑기(14·15권), 세계의 민담을 각색한 옛 이야기(16·17권)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서정주는 가미카제 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마쓰이 오장 송가’를 쓰는 등 친일 행적을 비판받아왔다. 일부 문인단체는 미당문학상 등 그의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송경동 시인은 지난달 미당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서정주 시인의 정치적,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서정주가 이룩한 문학적 미학이 퇴색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약점이 있던 사람”이라며 “만약 미당이 《화사집》 한 권만 남기고 20대에 요절했다면 ‘애비는 종이었다’는 한 문장만으로 전설적인 시인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생일에 축시를 써 바치는 등 5공 군사정권을 찬양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평론가는 “생래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변호했다. 그는 “생전에 5공 문제에 대해 물었더니 ‘깡패 같은 사람을 치켜세워주면 사람을 덜 때리고 덜 죽일 것 같아서 그랬다’고 답했다”며 “오히려 ‘정치적 무뇌아’에 가깝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