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명한 살충제' DDT, 인체흡수 땐 암·경련 등 유발
분해 쉽게 안돼 부작용 심각…한국선 1979년 사용금지
커지는 이중잣대 논란
피프로닐 등 다른 성분은 기준치 이하도 모두 공개
지난 18일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적합 판정을 받은 96%(공급물량 기준) 이상 계란의 시중 유통이 재개됐지만 부실검사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38년 전 사용 금지됐는데…
1873년 실험실에서 처음 합성된 DDT는 1950년대 이후 모기 제거 등의 목적으로 급속히 보급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살충제’로 불렸다. 하지만 인체에 흡수되면 암은 물론 여러 이상증세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임에도 분해가 쉽게 되지 않는 데다 반감기(체내로 들어온 물질이 절반 정도 빠져나가는 기간)마저 최대 15년에 달한다.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한 농축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1962년 펴낸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이 같은 DDT의 파괴성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결국 197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사용을 중단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한국에서는 197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동물복지 농장’에서도 검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15~17일 사흘간 전국 산란계 농장의 살충제 성분 전수조사를 하던 중 경북지역 친환경 농장 두 곳에서 DDT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번에 DDT가 나온 산란계 농장은 모두 정부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은 곳이다. 농관원은 전체 조사 대상 농장 1239곳 중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일반농장(556곳)을 제외한 나머지 683곳 친환경농장의 잔류농약 성분 검사를 맡았다. 검출된 농장 중에선 닭을 좁은 철장 안에 가두고 키우는 대신, 넓은 마당에 자유롭게 풀어놓고 기르는 ‘동물복지농장’ 두 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DDT 검출을 확인한 축산당국은 즉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DDT는 이미 38년 전 사용이 금지돼 시중에 판매되는 살충제엔 쓰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일단 DDT의 반감기가 워낙 길고 1970년대까지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DDT가 농축된 흙을 통해 닭의 체내로 흡수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 검사 대상에서 빠져
하지만 정부는 DDT 검출 사실을 전수조사 결과에 포함하진 않았다. DDT가 나온 농장에는 적합 판정을 내려 계란 출하가 가능하도록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DDT가 나오긴 했지만 잔류 허용 기준치(0.1㎎/㎏) 이내라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 사용이 금지된 다른 살충제 성분(피프로닐,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은 잔류 기준치 이내라도 농장명 등을 모두 공개하고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유독 DDT에는 이런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DDT가 나온 농장은 어떤 살충제 성분이든 조금이라도 검출돼선 안 되는 친환경 인증 농장이다.
주먹구구식 살충제 성분 전수조사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전수조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계란에 허용 기준을 정한 피프로닐 등 27종만 잔류농약 검사를 시행했다. DDT는 사용이 금지된 농약임에도 식약처가 정한 27종에서 빠져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DDT는 워낙 오래전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라 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농관원 검사는 식약처가 정한 27종을 포함한 320여 종 농약성분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반면 일반농장 조사를 맡은 지자체는 27종만 검사했다. DDT 등 다른 사용 금지 살충제가 검출되는 산란계 농장이 얼마든 더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DDT
정식 명칭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1873년 최초로 합성 후 1939년부터 살충제로 사용됐다. 쉽게 분해되지 않고 농축이 잘되는 등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