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뇌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옵션을 두고 서로 다른 얘기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확실한 대응전략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은 지난 16일 진보성향 온라인매체인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옵션은 없다. 잊어버려라”고 단언했다. 그는 “누군가 (전쟁 시작)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 시민 1000만 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 내게 보여줄 때까지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위협을 고조시킬 경우 ‘화염과 분노’로 보복할 것이며 ‘군사적 해결책이 장전됐다’고 한 8일과 11일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는 정면배치된다. 대북정책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17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잘못된 선택은 강력한 군사적 결과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것이지 군사적 옵션이 없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밝은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인들이 정말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핵무기 시설 등이 제거될 수 있다고 믿도록 노력해 왔는데 배넌이 그런 노력을 완전히 박살 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국가 안보팀과 함께 북한 문제 등 아시아전략 관련 회의를 했다. 남미를 순방 중이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해 참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