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래의 교육 화두는 인공지능과 '관계 맺기'
1차로인 좁은 도로에서 무인자동차에 타고 있다. 그런데 한 여자아이가 공을 잡으려고 갑자기 자동차 길로 뛰어나왔다가 넘어진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급정거를 해서라도 자동차를 멈추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여자아이를 쳐야 한다. 두 번째는 차량의 운전대를 최대한 꺾어 길 밖으로 운전하는 것이다. 앞에 1차로 터널이 있어 가볍지 않은 교통사고가 발생해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무인자동차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까. 어떻게 프로그래밍해야 할까.

이 실험은 캐나다 퀸즈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제이슨 밀러가 2014년 ‘무인자동차 관련 터널 문제’라는 제목으로 설계했다. 그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겠지만 이제 곧 가깝게 다가올 일들이다. 인공지능(AI)이 언젠가 직접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는 역할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생각하는 사물의 등장》은 AI가 바꿀 미래 모습을 상상하고, 더 늦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살펴본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인간만이 이성을 가진 존재였다”며 “하지만 인간이 고안해낸 이성 밖의 존재가 ‘생각하는’ 능력에서 인간을 앞서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의 ‘엔그램 뷰어’는 구글이 디지털화한 책 중 800만여 권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빈칸에 특정 단어를 넣고 검색하면, 그 단어가 800만여 권의 책에서 어떤 시기에 얼만큼의 빈도로 나타나는지를 곡선 형태의 그래프로 보여준다.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지적 활동이다.

교육학 박사인 저자는 다가올 미래 앞에서 중요한 화두 하나를 던진다. “생각하는 사물과 함께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그는 10여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필요한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협업도 하고, 때론 도구의 역할을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도구에 의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 함께 어우러져 변화하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저자는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각하는 사물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맺음은 비극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하지만 어쩌면 전쟁이나 기상이변 등 수천 년 단위에서 존재할지도 모를 인류의 종말을 피하게 해줄지 모른다”고 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