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회사 "수주산업 특징" 주장…檢 "방어논리"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가운데 최대 수천억원대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의혹에도 회계법인이 '적정' 감사 의견을 냄에 따라 향후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적정' 판단은 회계법인의 의견·주장일 뿐이라며 분식회계 의혹을 파헤쳐 자체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사정 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AI의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삼일PwC는 지난 14일 KAI의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이 금융당국과 공조해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들어간 만큼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정' 의견 등으로 여지를 남기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삼일 측은 수년간 제시해 온 적정 의견을 고수했다.

앞서 KAI 역시 "설립 이래 회계 인식방법에 따라 일관된 기준을 적용했다"며 분식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KAI와 회계법인의 주장이 분식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KAI가 경공격기의 이라크 수출과 현지 공군기지 건설 사업 등에서 이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선반영하고, 회수되지 않은 대금은 정상적인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회계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파헤치고 있다.

때마침 KAI는 14일 반기감사보고서와 함께 2013∼2016년 누적 매출액을 350억원 과대 계상하고 영업이익은 734억 과소 계상했다는 정정 공시를 했다.

KAI는 "발생원가 인식 시기에 대한 회계정책의 변경과 총공사예정원가에 대한 추정 오류 등으로 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정 공시는 검찰 수사에 따른 조처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으로 풀이된다.

즉 재무제표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공정 진행률과 인식 시점에 대한 해석 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 주장을 사실상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주산업의 특징'이라는 전형적인 방어논리를 펼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삼일 측도 검토보고서에서 '계약원가 추정과 공사진행률 산정 등 수주산업에 적용되는 수익 인식방법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 T-50의 이라크 수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대금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넣었다.

채권의 회수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고 회사가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도 첨부했다.

검찰은 회계법인의 판단과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속히 수사를 진행해 회계처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밝혀 부정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수사 경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