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금융업종의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 법안 통과에 애를 먹고 있지만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경과하면서 여러 정부 기구들이 규제 완화의 초석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개의 연방 정부기구는 2010년 은행들의 트레이딩에 제한을 가한 도드-프랭크 법의 한 축을 이루는 볼커룰을 재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위한 비공식 논의를 시작했다.

SEC를 포함한 일부 기구들은 월 스트리트의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경영진의 보너스 규제안을 최근 폐기했다.

미 노동부가 은퇴 저축을 관리하는 증권사들이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신의성실 규정을 18개월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규제 완화 조치에 속한다.

금융 규제의 재검토 대상을 파악하는 정부 기구들의 노력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고문으로 일하는 크레이그 필립스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재무부가 의회와 규제 당국이 금융업종에서 재검토해야 할 97개의 정책 사안들을 건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든 주인공이다.

몇몇 기구의 수장들이 아직 지명이 되지 않았거나 상원의 인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탓에 규제 완화가 대폭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당국자들은 이를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 볼커룰의 전면 폐기를 포함한 금융계의 희망 사항이 실현될 공산은 적지만 법률의 시행 규칙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 당국자들이 위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청산소협회의 그레그 베어 회장은 "많은 사안과 관련해 우리는 지명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은행을 경영하는 데 기술적이지만 대단히 중요한 몇몇 사안들에서는 일부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논평했다.

SEC는 지난 7월 발표한 정책과제에서 보너스 규제안을 포함, 도드-프랭크 법과 관련된 10여 개의 시행규칙을 제외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제이 클레이튼 SEC 의장은 상장기업들에 대한 규제의 부담을 경감하기를 원하는 입장이다.

그는 아직 규제를 대폭 축소하는 조치를 보여주지 않았으나 인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권한을 대행한 마이클 피우워는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의 급여 격차를 공개하라는 규정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볼커룰과 연관된 또 다른 규제 기관인 통화감독청의 청장 지명자도 아직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 기구는 최근 공청회를 재개해 볼커룰의 재검토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포함한 3개 파생상품 규제기구들의 수장 지명자들은 이달 초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CFTC를 이끄는 J.크리스토퍼 지안칼로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도입된 스왑 시장의 규제에 손을 데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공석으로 남아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부의장직에 재무부 관료 출신의 랜들 퀄스를 지명했다.

그 역시 볼커룰은 물론 대형 은행들에 대한 연준의 연례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재검토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연준의 실무자들은 레버리지 비율(타인 자본 의존도)로 알려진 은행 자본 관련 규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규정의 재검토는 월가 대형 은행들이 오래전부터 요구하던 바였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