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파견인력 인건비 분담 비현실적" 반발…긴장 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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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갑질 대책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유통갑질 대책'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입지 제한과 의무 휴업 등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우려를 표해왔다.
여기에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더욱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 "납품업체 파견직원 인건비 분담하면 인력 줄 것"
공정위가 13일 발표한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 방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신설 등 전방위적인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이 담겨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을 행위를 근절하고 사전에 방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며 "당국의 대책에 따라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정부 방침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만,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며 일부 대책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통업계는 일부 대책에 언급된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영업 현장에서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은 이미 예고됐던 내용이라 특별히 새로울 게 없지만, 납품업체 종업원에 대해 대형유통업체가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인건비라는 것은 채용, 업무지시, 인사권 행사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인데 현재 파견 근무하는 직원은 입점업체 소속이라 유통업체는 그들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다"며 "인건비를 분담한다면 이들에 대한 채용권, 업무지시권도 분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패션이나 식품 분야 등의 파견직원 인건비를 유통업체가 분담해야 한다면 실행 상의 난관 때문에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크며,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식 행사 등을 진행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신제품 홍보 등 제조업체 측의 필요 때문에 파견된다"며 "유통업체가 이들의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면 수백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서 지금처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협력업체가 요청하면 대부분 판촉 행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통업체에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당장은 인건비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제품 홍보 기회가 줄어들고, 파견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새로 만들려면 성장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홈쇼핑·기업형슈퍼마켓도 '긴장'
공정위는 이와 함께 복합쇼핑몰·아웃렛 입점업체도 대규모유통업법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고,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도 판매수수료를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만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판매분 매입'을 금지해 재고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도 인상된다.
대형 유통업체는 판촉 비용, 판매장려금 등 주요 거래 조건에 대한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대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많아 더 지켜봐야겠지만 유통업체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내용이 많다"며 "앞으로 면밀히 검토하면서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에 초점이 맞춰줬다.
이에 대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점점 더 온라인 유통업의 경영 환경만 유리해지고 있다"며 "업태 간에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 집중점검 대상을 TV홈쇼핑과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선정했다.
SSM에 대한 공정위의 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며, 공정위는 TV홈쇼핑에 대해서는 2015년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홈쇼핑 업계 등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의 경우 공정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관리·감시를 받는다"며 "규제 기관도 많고 조사 빈도도 잦아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는 온라인쇼핑사이트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공정위가 온라인쇼핑사이트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규제 내용을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이도연 기자 double@yna.co.kr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입지 제한과 의무 휴업 등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우려를 표해왔다.
여기에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더욱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 "납품업체 파견직원 인건비 분담하면 인력 줄 것"
공정위가 13일 발표한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 방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신설 등 전방위적인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이 담겨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을 행위를 근절하고 사전에 방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며 "당국의 대책에 따라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정부 방침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만,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며 일부 대책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통업계는 일부 대책에 언급된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영업 현장에서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은 이미 예고됐던 내용이라 특별히 새로울 게 없지만, 납품업체 종업원에 대해 대형유통업체가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인건비라는 것은 채용, 업무지시, 인사권 행사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인데 현재 파견 근무하는 직원은 입점업체 소속이라 유통업체는 그들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다"며 "인건비를 분담한다면 이들에 대한 채용권, 업무지시권도 분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패션이나 식품 분야 등의 파견직원 인건비를 유통업체가 분담해야 한다면 실행 상의 난관 때문에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크며,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식 행사 등을 진행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신제품 홍보 등 제조업체 측의 필요 때문에 파견된다"며 "유통업체가 이들의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면 수백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서 지금처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협력업체가 요청하면 대부분 판촉 행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통업체에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당장은 인건비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제품 홍보 기회가 줄어들고, 파견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새로 만들려면 성장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홈쇼핑·기업형슈퍼마켓도 '긴장'
공정위는 이와 함께 복합쇼핑몰·아웃렛 입점업체도 대규모유통업법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고,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도 판매수수료를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만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판매분 매입'을 금지해 재고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도 인상된다.
대형 유통업체는 판촉 비용, 판매장려금 등 주요 거래 조건에 대한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대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많아 더 지켜봐야겠지만 유통업체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내용이 많다"며 "앞으로 면밀히 검토하면서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에 초점이 맞춰줬다.
이에 대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점점 더 온라인 유통업의 경영 환경만 유리해지고 있다"며 "업태 간에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 집중점검 대상을 TV홈쇼핑과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선정했다.
SSM에 대한 공정위의 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며, 공정위는 TV홈쇼핑에 대해서는 2015년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홈쇼핑 업계 등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의 경우 공정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관리·감시를 받는다"며 "규제 기관도 많고 조사 빈도도 잦아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는 온라인쇼핑사이트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공정위가 온라인쇼핑사이트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규제 내용을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이도연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