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 아슬아슬한 대결이 이어지면서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코스피지수가 추가 조정을 받더라도 2300에서 1차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2319.71로 마감했다.

◆을지훈련이 1차 변곡점

한국경제신문은 이날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을 대상으로 북핵 리스크(위험)와 관련, 주식시장 전망을 긴급 설문조사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신중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라는 증시 격언을 되새기며 관망해야 할 때”라는 분석도 있었다.

과거에는 국제사회가 다룰 만한 수준이던 북한의 도발이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부터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발생한 일이라 북한 리스크의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북한의 반복적 위협이 실제 위기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학습효과가 이미 국내외 투자자 사이에 누적돼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뿐 아니라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은 불확실성의 강도가 과거와 다르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1차 변곡점으로 꼽았다. 북한이 이 시점을 전후해 괌을 향한 무력시위성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발발은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라면서도 “을지훈련을 지나야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IT·경기민감주 저가 매수 기회”

전문가들은 국내외 투자주체들이 코스피지수 2300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 2300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1배에 해당한다. 2300선이 무너지면 낙폭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대부분 정보기술(IT)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도를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매도 물량의 90% 이상이 IT업종”이라며 “북한 리스크만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커졌다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많이 오른 업종부터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몇몇 전문가는 “지금의 조정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강세장을 이끈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세계적인 경기 회복, 풍부한 유동성 등의 요인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험으로 봤을 때 북한 리스크는 발생 후 1~2주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완화되기 시작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다”며 “중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철강, 금속, 기계 등의 업종을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도 “이번 조정을 철강 정유 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의 편입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전망이 좋으면서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IT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를 IT주 옥석 가리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0원을 1차 지지선으로 봤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북한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7원까지 올랐다”며 “연말까지 1100~115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만수/윤정현/홍윤정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