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딸기에 빠진 '딸바보'… LG·삼성 박차고 부부 농부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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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사람들 - '우공의딸기정원' 박홍희·곽연미 부부
임원이냐, 은퇴냐 고민하다 귀농
'진짜로 농사 가능할까' 생각에 남편이 먼저 휴직 후 농법 배워
"확신 들자, 함께 사직서 냈죠"
한 해 평균 딸기 22t 수확
수확체험 등 연소득 8000만원
임원이냐, 은퇴냐 고민하다 귀농
'진짜로 농사 가능할까' 생각에 남편이 먼저 휴직 후 농법 배워
"확신 들자, 함께 사직서 냈죠"
한 해 평균 딸기 22t 수확
수확체험 등 연소득 8000만원
“부장을 달고 3년쯤 지났을 때였어요. 그때쯤이면 방향을 결정해야 하잖아요.”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샐러리맨이라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대충 안다. LG전자를 다니다 경북 상주로 귀농해 딸기 농사를 짓는 박홍희 우공의딸기정원 대표(46·사진 왼쪽)도 이 얘기부터 꺼냈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은 거의 포기하고 임원 승진을 위해 더 열심히 뛰거나 아니면 새로운 길을 찾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창 커가는 아이들 얼굴을 지켜보면서 살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그는 올해 귀농 5년차다. 박 대표와 부인 곽연미 씨(45·오른쪽)는 상주시 청리면에 9000㎡(약 2700여 평) 규모 땅을 빌렸다. 이곳에 7500㎡(약 2200여 평) 넓이의 온실을 세워 딸기를 키우고 있다. 농장 한쪽엔 방문객을 위한 400㎡ 넓이의 체험시설도 마련했다.
1년에 수확하는 딸기는 22t가량. 박 대표 부부는 딸기를 택배로 판매하거나 딸기잼으로 가공해 판다. 올 상반기 5000여 명이 방문한 수확 체험 프로그램도 수입원 중 하나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작년에 벌어들인 소득은 약 8000만원. 아내는 삼성전자를 다녔다. 부부가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다니던 시절과 비교하면 큰돈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곳에선 넉넉하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부장과 차장으로 안정된 코스를 밟아가던 이들이 갑자기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간 건 왜일까. “도대체 왜 귀농을 했어요?” 이 질문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일부에선 “명예퇴직을 당한 뒤 어쩔 수 없이 시골로 간 것 아니냐”며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한단다.
이들 부부의 귀농은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과 연결돼 있다. 박 대표는 진짜 나의 인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금만 더 하면 임원 자리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욱 풍족한 생활에 욕심이 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희생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한창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두 딸과 함께 보낼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가장 걸렸어요.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워킹맘이던 곽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남편보다 더 컸다고 했다. 결국 부부는 별다른 이견 없이 귀농을 결정했다. 귀농지로는 박 대표의 어머니가 홀로 내려가 살고 있는 구미 선산읍과 가까운 상주를 택했다. “편하진 않아요. 일도 더 많아요. 귀농하고 4년간은 단 하루도 온전한 휴일이 없었어요. 추석하고 설날에도 농장에서 일했어요. 올해부터 2주에 하루씩은 쉬기로 했어요. 목표는 그랬는데 일이 계속 생기니까 그대로 지켜지지 않네요.”
이건 박 대표 부부의 귀농 결심 계기와 배치된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가족하고 보내는 시간은 훨씬 늘었어요. 휴일은 없지만 저녁이 생겼어요. 아침을 가족과 같이 먹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수도 있어요.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 다니면서 이걸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겁니다.”
박 대표의 귀농 준비 과정은 치밀했다. 부부는 KAIST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경영학에서 배운 대로 장기적인 목표를 잡은 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 실천했다. 가족이 터전을 옮기기 전 주말마다 상주를 오가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귀농 교육을 들었다. 진짜로 내려가 살 수 있을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엔 박 대표가 1년간 육아휴직을 낸 뒤 상주시 청리면에 내려가 살면서 마을 딸기작목반 반장 밑에서 딸기 농사를 배웠다. 같은 시기 곽씨도 상주시 귀농건축학교 과정을 수료했다.
딸기 농사의 1년 과정을 거친 박 대표는 자신감이 생겼다. 2014년 봄 LG전자에 사표를 냈다. 1년 뒤 곽씨도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두 딸과 함께 상주로 합류했다.
박 대표가 자신의 농장을 꾸린 2014년 벌어들인 수입은 2000만원 남짓이었다. 그 소득이 3년 만에 8000만원으로 네 배로 뛰었다. 비결은 딸기 품질 향상이다. 박 대표는 귀농 뒤에도 다양한 농업 교육을 계속 받으며 딸기 재배법을 배웠다.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하는 온라인 직거래망도 구축했다. 딸기는 쉽게 짓무르기 때문에 택배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박 대표는 먼 거리까지 운반하더라도 딸기가 상처 입지 않도록 하는 포장 상자를 자체 개발했다.
그는 올해 초 지인들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굿파머스그룹을 설립했다. 딸기 농장과는 별도로 농촌에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FARM 홍선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053428076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샐러리맨이라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대충 안다. LG전자를 다니다 경북 상주로 귀농해 딸기 농사를 짓는 박홍희 우공의딸기정원 대표(46·사진 왼쪽)도 이 얘기부터 꺼냈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은 거의 포기하고 임원 승진을 위해 더 열심히 뛰거나 아니면 새로운 길을 찾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창 커가는 아이들 얼굴을 지켜보면서 살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그는 올해 귀농 5년차다. 박 대표와 부인 곽연미 씨(45·오른쪽)는 상주시 청리면에 9000㎡(약 2700여 평) 규모 땅을 빌렸다. 이곳에 7500㎡(약 2200여 평) 넓이의 온실을 세워 딸기를 키우고 있다. 농장 한쪽엔 방문객을 위한 400㎡ 넓이의 체험시설도 마련했다.
1년에 수확하는 딸기는 22t가량. 박 대표 부부는 딸기를 택배로 판매하거나 딸기잼으로 가공해 판다. 올 상반기 5000여 명이 방문한 수확 체험 프로그램도 수입원 중 하나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작년에 벌어들인 소득은 약 8000만원. 아내는 삼성전자를 다녔다. 부부가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다니던 시절과 비교하면 큰돈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곳에선 넉넉하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부장과 차장으로 안정된 코스를 밟아가던 이들이 갑자기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간 건 왜일까. “도대체 왜 귀농을 했어요?” 이 질문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일부에선 “명예퇴직을 당한 뒤 어쩔 수 없이 시골로 간 것 아니냐”며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한단다.
이들 부부의 귀농은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과 연결돼 있다. 박 대표는 진짜 나의 인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금만 더 하면 임원 자리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욱 풍족한 생활에 욕심이 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희생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한창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두 딸과 함께 보낼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가장 걸렸어요.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워킹맘이던 곽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남편보다 더 컸다고 했다. 결국 부부는 별다른 이견 없이 귀농을 결정했다. 귀농지로는 박 대표의 어머니가 홀로 내려가 살고 있는 구미 선산읍과 가까운 상주를 택했다. “편하진 않아요. 일도 더 많아요. 귀농하고 4년간은 단 하루도 온전한 휴일이 없었어요. 추석하고 설날에도 농장에서 일했어요. 올해부터 2주에 하루씩은 쉬기로 했어요. 목표는 그랬는데 일이 계속 생기니까 그대로 지켜지지 않네요.”
이건 박 대표 부부의 귀농 결심 계기와 배치된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가족하고 보내는 시간은 훨씬 늘었어요. 휴일은 없지만 저녁이 생겼어요. 아침을 가족과 같이 먹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수도 있어요.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 다니면서 이걸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겁니다.”
박 대표의 귀농 준비 과정은 치밀했다. 부부는 KAIST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경영학에서 배운 대로 장기적인 목표를 잡은 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 실천했다. 가족이 터전을 옮기기 전 주말마다 상주를 오가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귀농 교육을 들었다. 진짜로 내려가 살 수 있을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엔 박 대표가 1년간 육아휴직을 낸 뒤 상주시 청리면에 내려가 살면서 마을 딸기작목반 반장 밑에서 딸기 농사를 배웠다. 같은 시기 곽씨도 상주시 귀농건축학교 과정을 수료했다.
딸기 농사의 1년 과정을 거친 박 대표는 자신감이 생겼다. 2014년 봄 LG전자에 사표를 냈다. 1년 뒤 곽씨도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두 딸과 함께 상주로 합류했다.
박 대표가 자신의 농장을 꾸린 2014년 벌어들인 수입은 2000만원 남짓이었다. 그 소득이 3년 만에 8000만원으로 네 배로 뛰었다. 비결은 딸기 품질 향상이다. 박 대표는 귀농 뒤에도 다양한 농업 교육을 계속 받으며 딸기 재배법을 배웠다.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하는 온라인 직거래망도 구축했다. 딸기는 쉽게 짓무르기 때문에 택배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박 대표는 먼 거리까지 운반하더라도 딸기가 상처 입지 않도록 하는 포장 상자를 자체 개발했다.
그는 올해 초 지인들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굿파머스그룹을 설립했다. 딸기 농장과는 별도로 농촌에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FARM 홍선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053428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