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은 건보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는 비(非)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율은 2014년 기준 한국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6%)의 1.9배라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9일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크게 두 갈래다. 치료에 필요한 모든 비급여(3800여 개)를 급여화하는 한편 국민 부담이 큰 3대 비급여(특진비, 특실료, 간병비)를 실질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보 보장률은 2015년 63.4%에서 2022년 70%로 높이고, 국민 1인당 평균 의료비 부담은 50만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미용, 성형 빼고 전부 건보 적용

건보 적용을 받는 급여 항목이 되면 입원·외래 및 병·의원급에 따라 치료비의 20~6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재정 부담이 크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비급여로 분류된 항목의 치료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2015년 기준 총 의료비 69조4000억원 중 건보가 적용된 의료비는 57조9000억원(건보 부담 44조원+본인 부담 13조9000억원)이다. 나머지 11조5000억원은 비급여로, 모두 환자 본인 부담액이다.

복지부는 비급여 항목 중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모든 비급여 3800여 개를 2022년까지 모두 급여화하기로 했다. 미용, 성형 등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만 남기고 모두 건보에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MRI는 치매·디스크(2018년)→혈관·복부(2019년)→근육·종양(2020년) 순으로 급여화한다. 초음파는 심장·부인과(2018년)→갑상샘·수술 중(2019년)→근골격계(2020년) 순이다. 이렇게 되면 치매 진단을 위한 노인의 뇌 MRI 검사비는 약 60만원(상급종합병원)에서 21만원으로 낮아진다.

폐암, 유방암 등 치료에 필요한 고가의 항암제와 전립선암 치료에 활용되는 다빈치 로봇수술도 건보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일부 비급여는 본인 부담률을 기존 급여(20~60%)보다 높인 예비급여(50~90%)로 우선 보장한 뒤 3~5년 평가를 거쳐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다빈치 로봇수술이 예비급여 본인 부담률 50%를 적용받는다면 수술비 부담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약제에는 본인 부담률을 30%로 설정한 선별급여 제도를 도입한다. 위암에는 건보 적용이 되는 항암제가 다른 암에선 건보 보장을 받지 못한 경우 등에 이 제도를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약제비 부담을 70% 줄일 수 있다.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도 예비급여를 통해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진 없애고, 특실도 건보 혜택

국민 부담이 커 3대 비급여로 꼽히는 △특진비(선택진료) △특실료(1~3인실) △간병비도 실질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환자가 3대 비급여에 쓴 돈만 5조8000억원 이상(2015년 기준)이라는 게 복지부 계산이다.

환자가 특진(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받는 경우 15~50%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선택진료는 내년까지 전면 폐지한다. 복지부는 대신 고난도 시술이나 중환자실 등에 대해 수가(酬價)를 인상해 손실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특실(1~3인실)에도 건보를 적용한다. 일반병실(4인실 이하)이 없어 건보 적용이 안 되는 고가의 특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2~3인실에 우선 건보를 적용한 뒤 2019년엔 중증호흡기 질환자, 산모 등에 한해 1인실에도 건보를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환자 본인 부담률은 일반병실(20%)에 비해 높은 최대 50%를 적용할 방침이다.

간호사가 간병까지 해주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확대한다. 하루 평균 7만~8만원인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통합서비스 병상을 2만3000개에서 2022년 10만 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간호인력 수급대책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