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수출 증가율은 뚝 떨어지고 소비 등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건설·부동산 경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수출·투자 호조에 힘입어 올해 3% 성장을 기대하던 상반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지난달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한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정체 상태다. 7월 수출 증가율은 전월(13.6%)보다 높은 19.5%로 나타났지만 반도체(57.8%)와 선박(208.2%)을 제외하면 2.8%에 그쳤다. 6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1.0%로 전월(1.5%)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수출과 소비가 주춤하면서 6월 전산업생산은 전월(2.6%)보다 낮은 1.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공장 가동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시도 자본차익 과세 강화를 담은 세법 개정안과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약세 흐름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산 효과’ 축소로 이어져 소비에도 부정적이다. 반면 물가는 오름세다.

경기를 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등은 “경기 개선 추세가 약화됐다”,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서비스시장 개혁 없이 재정지출 확대만으로 성장을 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투자를 살릴 여건을 조성해야 경기 회복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 정부가 기업의 비용 구조를 어렵게 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추가경정예산 효과에 기대 올해 3% 성장을 바라고 있지만 기업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유인책이 없으면 중장기적으로 경기 하락을 막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