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 피해자들 면담…"국민 생명·안전 지키는 게 정부 존재 이유"
"특별구제계정에 예산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 확대…직접 끝까지 챙길 것"
"피해자 사연 가슴 아파…국민이 안전으로 억울하게 눈물 안 흘리게 할것"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을 면담한 자리에서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뒤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면담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14살 임성준 군과 유가족연대 권은진 대표 등 피해자 가족 대표 15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참석하며, 국회를 대표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늘 가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됐다"며 "우리 아이와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거꾸로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자책감·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절규하시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봤는데 정말 가슴 아프게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떤 위로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님들, 건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피해자분들,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신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 발생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환경부가 중심이 돼서 피해자 여러분의 의견을 다시 듣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특별구제 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고,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앞으로 대책 마련에 반영하겠다"며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재발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이 더는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확실한 원인 규명과 의학적 조사 판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며 "이 문제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치료 혜택이라도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가해 기업이 도산해서 소송이 불가능한 경우라도 특별 구제계정을 확대해 지원 폭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피해자, 피해자 단체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소통해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직접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에서 현행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가진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환노위 차원에서 관련 법률이 제대로 처리되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그동안 피해자 요구사항을 원점에서 검토해 후속 대책을 마련해 왔다"며 "피해자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이후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박경준 기자 honeybee@yna.co.kr,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