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2층 의류매장. 고가 수입의류 매장이 있는 이곳에는 시시때때로 낯선 브랜드가 등장한다. 지난달 말에는 ‘쿠메’라는 신진 브랜드가, 지난 3월에는 이청청 디자이너의 ‘라이’ 옷이 걸려 있었다. 팝업스토어였다. 현대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연 브랜드는 2012년 1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150개를 넘어섰다.

백화점 의류매장이 임시매장인 팝업스토어와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전시하는 편집숍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트렌디하게, 빠르게

4~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의류시장은 브랜드 중심이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하나의 브랜드로 발끝부터 머리까지 꾸미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브랜드 로열티(충성심)’가 의류시장을 지배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의류 판매가 늘고, 브랜드보다 개성 있는 패션을 연출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브랜드보다는 개성과 실용성이 소비의 키워드가 됐다. 백화점은 이런 소비자 변화에 맞춰 브랜드 매장을 빼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편집숍과 일주일에서 한 달 가량 반짝 여는 팝업스토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대표적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현재 2층부터 8층까지 총 16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한 달 동안 32개에서 40개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다. 신세계가 직접 운영하는 편집숍 ‘분더샵’을 통해 들여오는 브랜드까지 합치면 100여 개에 달한다.

이들 편집숍과 팝업스토어에는 신진 브랜드뿐 아니라 온라인몰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도 수시로 들어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몰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찾아오는 게 백화점 바이어(MD)의 주요 임무라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전했다.

◆“젊은 층 잡아라”

신세계 강남점뿐 아니라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백화점은 편집숍과 팝업스토어를 더 많이 운영하고 있다. 20대들이 선호하는 최신 유행 제품을 발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2층 자체 편집숍 ‘더웨이브’를 통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100% 자체 생산한 심플한 원피스 브랜드 ‘러브앤쇼’, 티셔츠와 스커트 전문 브랜드 ‘로우클래식’, 동대문에서 시작한 ‘더틴트’등이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팝업스토어는 또 백화점들이 정규 매장을 내기 전 테스트하는 역할도 한다. 현대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던 이탈리아 남성정장 브랜드 ‘로다’가 이런 사례다. 현대백화점은 로다가 인기를 끌자 임시매장을 6개월간이나 운영하고, 지난 2월 무역센터점 남성전문관에 정규매장을 냈다. 매출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150개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월평균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