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놀이만으론 힘들다"…은행들, 해외IB 공격투자
금융지주회사와 시중은행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IB데스크를 설치하고 IB 조직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더 이상 ‘이자놀이’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 해외 IB 사업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적 수익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뉴욕, 런던, 싱가포르, 시드니 등 4개 해외 지점에 글로벌 IB데스크를 별도로 신설해 전문인력 4명씩을 파견했다. 해외 발전소, 항만 등 인프라와 항공기 등 글로벌 우량자산을 발굴해 국내 본사에 투자 기회를 중개하는 게 이들의 주요 임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해외 IB부문 성장 덕분에 해외 순이익이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며 “글로벌 IB데스크를 통해 항공기 금융과 동남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투자 등에서 수익 기회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 KB, 하나 등 각 금융그룹도 지주 차원에서 계열사 전체를 아울러 해외 IB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은행, 금융투자(증권)는 물론 생명, 캐피탈 등 계열사 IB 조직을 통합한 GIB(그룹&글로벌투자금융)그룹을 만들었다. 이동환 그룹장이 신한금융투자에서 그룹 전체 GIB 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우선 IB 심사체계부터 손질했다. 그는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의사결정으로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심사체계부터 효율적으로 바꿨다”며 “올 하반기 은행 금융투자 등 계열사 협업을 통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도 올초 은행, 증권 등의 기업투자금융(CIB)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6월 미국 발전소(LS파워 프로젝트) 인수 금융에 1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중 1억1500만달러는 미국 투자자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재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해외 기관이 매입한 물량을 되받아오는 수준에 그쳤다”며 “이번처럼 금융회사가 직접 대규모 투자 물량을 인수하고, 해외 투자자에게 재판매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해외 IB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대부분 해외 IB 딜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IB 담당자는 “주로 항공기 금융, 동남아 자원개발, 일본 태양광 진출, 호주 인프라 등처럼 장기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자산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