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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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코스피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누적된 피로와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국내 수출경기 호조,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상승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4일 오전 10시3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7포인트(0.02%) 내린 2386.48을 기록 중이다. 전날 코스피는 외국인이 4025억원을 순매도하며 1.68% 하락 마감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224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급락 요인으로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부담 △미국의 북한 제재안 서명 △세법개정안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긴축 발작(austerity tantrum)'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부동산 대책과 세법 개정 등은 그 취지를 떠나 자본시장 투자자 입장에서는 긴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축소 등 선진시장에서 논의되는 긴축이 한국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한 자본시장 반응은 일단 차익실현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발표된 2017년 세법개정안에는 대주주 주식 양도세율 인상과 대주주 범위 확대안이 포함됐다. 세율도 인상되고 과세 대상도 확대됐기 때문에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시장이 나타낸 우려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서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법개정안에는 외국인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해당 이슈가 실제 외국인 주식 매도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개정에 따라 과세가 될 수 있는 대상은 국가간 조세조약이 없는 경우인데, 한국은 미국 아일랜드 일본 등 91개국과 조세조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북한의 도발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하락한 주가는 이내 반등했다"며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불안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현실적으로 극단적인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코스피의 숨고르기 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장기적인 추세 상승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수출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데다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한국 증시가 홀로 하락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

양해정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구간에 있고, 중국·인도·브라질 등 한국의 수출경기와 연동된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이 여전히 확장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은 상승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 요인인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개선이 지속돼 국내 증시의 중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되지 않았다"며 "현재의 주가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기대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