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한국과 같은 국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사례가 없다. 캐나다 스웨덴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사전예산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정도다. 사전예산제도는 의회 본예산 심의 전에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예산의 분야별 총량과 우선순위를 정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제도다. 의회는 이를 기준으로 개별 사업 위주의 심의를 한다.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예산 사업을 결정하는 절차는 없다.
해외에서는 주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참여예산제를 운용하고 있다. 예산당국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500여 개 지자체가 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시가 1989년 처음으로 참여예산제를 시행했다. 시의 16개 지역에서 열리는 지역총회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해 예산 사업 후보를 정한 뒤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참여예산평의회에서 구체적인 사업과 지출 규모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참여예산평의회와 시의회의 갈등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참여예산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공론화됐다. 2003년 광주광역시 북구가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참여예산제를 도입했다. 당시 행정자치부도 2003년 ‘지자체 예산편성기본지침’을 통해 지자체에 도입을 권고한 데 이어 2006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자율 사안으로 법제화했다. 2011년에는 아예 의무사항으로 못 박았다. 지자체 참여예산제는 단순히 주민들로부터 의견 제시만 받는 수준에 그치기도 하고,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예산 사업을 결정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에서 주민들이 무관심해 참여하지 않거나 아예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오영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 유지나 이익단체 관계자가 참여예산 위원으로 참가해 부정부패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