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다. 평소에는 몰랐던 아이들의 건강문제를 새롭게 깨닫기도 한다. 유소아기에는 청소년기보다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한 아이가 많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한 정도가 심한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의심해야 한다. 시선을 마주칠 때 초점이 풀려 보이는 소아 사시도 흔하다. 아이들 인지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ADHD와 소아 사시의 증상 등에 대해 알아봤다.
에디슨·펠프스도 앓았던 ADHD

발명가 에디슨,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영화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공통점은 어린시절 ADHD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ADHD를 적절히 치료해 세계적 인물로 성장했다. ADHD는 아동기에 주로 생기는 질환이다. 주의력이 부족하고 과한 행동을 보인다. 지난해 국내 ADHD 환자는 5만여 명이었다. 아이가 산만해 보인다고 모두 ADHD는 아니다. 사회성이 덜 발달한 영유아기에는 누구나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산만함이 남들보다 심하고 이 같은 증상 때문에 일상 생활에 방해를 받는다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ADHD는 학업과 교우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증상이 계속되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심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는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는 과잉 행동형,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충동형,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잘 잊어버리는 주의력 결핍 우세형으로 나뉜다”며 “이 중 주의력 결핍 우세형은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여 질환으로 진단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도파민 치료 효과

ADHD는 유전적 요인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주의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주의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환경 호르몬과 미세먼지 노출이 ADHD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

ADHD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균형을 잡는 약물로 치료한다. ADHD 치료제는 뇌 전두엽에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부주의, 과잉행동 등의 증상을 줄여준다. ADHD 치료제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아동 ADHD 환자의 상당수는 적대적 반항장애, 불안장애 등의 증상도 보인다. 이들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 김 교수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을 함께 앓고 있으면 정서 문제에 대한 치료도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ADHD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주의력 결핍 우세형인 아이는 증상을 늦게 발견하기 쉽다. 아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여름방학 기간에 행동 변화를 가까이서 관찰해야 한다. ADHD는 증상이 심해질수록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치료 방법도 복잡해진다. 평소 ADHD의 주요 증상을 파악하고 있다가 아이에게 증상이 발견되고 그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

9세 미만 아이에게 많은 사시

시력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8~9세에 완성된다. 이 시기에 시력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표 질환 중 하나가 사시다. 물체를 볼 때 두 눈이 물체를 똑바로 향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시가 있으면 양 눈이 다른 방향을 향한다. 한쪽 눈이 바깥쪽으로 틀어져 있으면 외사시, 안으로 틀어져 있으면 내사시로 구분한다. 소아 100명 중 2명 정도에게서 증상이 생긴다. 3세 이전 어린이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려면 양쪽 눈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사시가 생기면 이 같은 시각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사시 때문에 한쪽 눈만 주로 사용하면 다른 쪽 눈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다.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할 수 없는 약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소아청소년기 사시는 평생 시력을 좌우할 수 있다. 시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해 개선해야 한다. 임기환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는 “아이는 본인의 신체 이상을 정확히 알아차리기 어렵고 의사 표현이 불명확하다”며 “아이의 눈 문제는 부모가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 시선이 잘 고정되지 않거나 밝은 빛에 있을 때 유난히 눈부셔하고 눈을 자주 찡그릴 때, 사물을 볼 때 고개를 자주 기울이면 사시를 의심해보고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육안으로는 눈에 문제가 없어도 시력이 완성되는 8세까지는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굴절 이상 있으면 교정 안경 필요

사시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 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릴 수 있고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생후 6개월 전에 생긴 선천성 내사시는 2세가 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사시가 있으면 약시 증상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약시는 안과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안경 등으로 시력 교정이 잘 되지 않는 상태다. 사시와 약시 모두 어릴 때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 조기에 찾아 치료해야 한다.

사시로 진단되면 두 눈의 기능을 회복하고 위치를 바로잡는 치료를 한다. 비수술 치료는 정상 상태인 눈을 가리고 시력이 나쁜 눈만 사용하도록 해 시력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굴절 이상이 있으면 이를 교정하는 안경을 써야 한다. 비수술 치료로도 사시가 해결되지 않거나 사시 정도가 심할 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사시 수술은 환자의 연령과 질환 진행 상태, 시각 기능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안구에 있는 6개의 근육 중 원인 근육을 찾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치료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술 후에도 사시가 재발할 수 있어 세심한 관리와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기환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