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매실의 진실' 찾으려 박사학위 딴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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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프론티어 소동영 미녹원 대표
전기회사 운영하다 10년전 귀농
제대로 된 '매실 논문' 없던 현실
건대 입학후 직접 40품종 실험
미량 독성 보관하면서 80% 감소
매실청, 설탕 별 효능 차이 없어
전기회사 운영하다 10년전 귀농
제대로 된 '매실 논문' 없던 현실
건대 입학후 직접 40품종 실험
미량 독성 보관하면서 80% 감소
매실청, 설탕 별 효능 차이 없어
‘청매실엔 독이 있다.’ ‘매실청을 담글 땐 황설탕을 써야 한다.’ ‘담근 후엔 100일 안에 열매를 건져내야 한다.’…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오는 다양한 매실 이야기. 출처마다 말이 달라 무엇이 사실인지, 어떻게 먹으면 되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 진실이 궁금해 매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딴 농부가 있다. 매실 농사를 짓고 매실청 담그는 것을 넘어 진짜 박사가 된 소동영 미녹원 대표(사진). 충북 충주 3만여 평 땅에 270종의 매실나무를 유기농으로 길러 그 열매로 청을 담그고 매실 효능과 독성을 연구하는 소 대표를 만났다.
소 대표가 매실 농사를 시작한 건 10년 전이다. 농사를 짓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따고, 청을 담그고 있지만 내가 정말 매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 성분이 나오고, 엉겅퀴에서 숙취해소 성분이 나오는데 매실은 어떨까.’
매실 효능과 독성에 대한 이야기는 널려 있다. 하지만 찾아보니 품종별 공식 연구는 많지 않았다. 독성이 있어 청을 담근 뒤 100일 안에 열매를 건져내라고 하는데, 그러면 왜 매실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담금주나 일본 우메보시(매실절임)는 괜찮은 건지 궁금했다. 소 대표가 꽃사과 효능 연구로 농학 석사 학위를 딴 뒤였다.
건국대 분자생명공학과에서 40품종의 매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매실엔 독성이 존재하지만 열매가 성숙하면서, 또 가공 과정에서 그 성분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간암에 수양홍매라는 품종의 매실이 치유 효과가 있다는 결론도 냈다. ‘매실의 품종별 성분과 숙성 조건에 따른 발효액 특성에 관한 연구’(2013년) 논문이다.
그는 잘 익은 매실을 제대로 가공하면 그 독이 일반인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매실청의 섭취가 인체 신경에 큰 영향을 미치려면 하루에 40만 잔을 마셔야 한다는 것. 매실청은 보통 담근 지 6개월이 넘은 시점에 개봉하는데 그 경우 남은 독성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소 대표 연구에선 청을 담근 뒤 40일 이후 매실 독성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라 50일, 60일 등 조금씩 독이 사라지는 시점이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가정에서 하듯이 6개월 이후 개봉한다면 중간에 열매를 빼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청을 담글 때 설탕의 종류도 과학적으론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반 가정에서 보통 매실과 설탕의 배합 비율을 1 대 1로 하는데 실험 결과 1 대 0.6~0.7에서 구연산 및 비타민C 농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는 자극적인 정보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유통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작년엔 농가 매실 출하가격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매실=독이라는 과장된 정보가 퍼진 여파가 컸습니다.”
그는 원래 서울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했다. 전원생활은 소 대표의 오랜 꿈이었다. 10년 전 나이가 쉰이 되면서 이제 실행에 옮길 때라고 생각했다. 집 지을 땅을 알아보는데 충주와 제천, 원주가 겹쳐지는 산기슭인 지금 미녹원 농장의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농장까지 가기 위한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았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새로 내려고 보니 주변 3만 평의 산을 다 사야 했다. 그렇게 구입한 땅이 평생 농사를 모르던 소 대표를 농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처음엔 유유자적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또 돈을 털어 땅을 샀는데 그걸 놀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소 대표가 미녹원에서 관리하는 매실 품종은 270종. 국가등록유전자원 목록에 등재된 매실 종류(560종)의 절반에 육박한다. 보통 열매가 크거나 과일이 잘 열리는 몇 가지 품종으로 농장을 조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매실 품종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그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게 소 대표는 안타까웠다. “매화(매실나무)는 선비들이 좋아한 꽃입니다. 그래서 고택, 종갓집, 사찰 같은 곳에 많습니다. 개발되면서 이런 곳들이 없어지고 동시에 매실 품종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지켜야 할 것 같았습니다.” 심어 놓은 매실 품종을 기준으로 농장에 길도 닦았다. 선인의 길, 화목의 길, 사찰의 길, 생명의 길, 흰구름 길 등이다.
“다양한 품종을 지켜야 새 품종도 나옵니다. 이런 일에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은 개인 의지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 같은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다양한 품종을 지키는 일에도 신경써야 농업도, 산업도 미래가 있습니다.”
충주=FARM 고은이 기자
전문은 ☞m.blog.naver.com/nong-up/221040895003
그 진실이 궁금해 매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딴 농부가 있다. 매실 농사를 짓고 매실청 담그는 것을 넘어 진짜 박사가 된 소동영 미녹원 대표(사진). 충북 충주 3만여 평 땅에 270종의 매실나무를 유기농으로 길러 그 열매로 청을 담그고 매실 효능과 독성을 연구하는 소 대표를 만났다.
소 대표가 매실 농사를 시작한 건 10년 전이다. 농사를 짓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따고, 청을 담그고 있지만 내가 정말 매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 성분이 나오고, 엉겅퀴에서 숙취해소 성분이 나오는데 매실은 어떨까.’
매실 효능과 독성에 대한 이야기는 널려 있다. 하지만 찾아보니 품종별 공식 연구는 많지 않았다. 독성이 있어 청을 담근 뒤 100일 안에 열매를 건져내라고 하는데, 그러면 왜 매실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담금주나 일본 우메보시(매실절임)는 괜찮은 건지 궁금했다. 소 대표가 꽃사과 효능 연구로 농학 석사 학위를 딴 뒤였다.
건국대 분자생명공학과에서 40품종의 매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매실엔 독성이 존재하지만 열매가 성숙하면서, 또 가공 과정에서 그 성분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간암에 수양홍매라는 품종의 매실이 치유 효과가 있다는 결론도 냈다. ‘매실의 품종별 성분과 숙성 조건에 따른 발효액 특성에 관한 연구’(2013년) 논문이다.
그는 잘 익은 매실을 제대로 가공하면 그 독이 일반인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매실청의 섭취가 인체 신경에 큰 영향을 미치려면 하루에 40만 잔을 마셔야 한다는 것. 매실청은 보통 담근 지 6개월이 넘은 시점에 개봉하는데 그 경우 남은 독성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소 대표 연구에선 청을 담근 뒤 40일 이후 매실 독성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라 50일, 60일 등 조금씩 독이 사라지는 시점이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가정에서 하듯이 6개월 이후 개봉한다면 중간에 열매를 빼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청을 담글 때 설탕의 종류도 과학적으론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반 가정에서 보통 매실과 설탕의 배합 비율을 1 대 1로 하는데 실험 결과 1 대 0.6~0.7에서 구연산 및 비타민C 농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는 자극적인 정보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유통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작년엔 농가 매실 출하가격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매실=독이라는 과장된 정보가 퍼진 여파가 컸습니다.”
그는 원래 서울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했다. 전원생활은 소 대표의 오랜 꿈이었다. 10년 전 나이가 쉰이 되면서 이제 실행에 옮길 때라고 생각했다. 집 지을 땅을 알아보는데 충주와 제천, 원주가 겹쳐지는 산기슭인 지금 미녹원 농장의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농장까지 가기 위한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았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새로 내려고 보니 주변 3만 평의 산을 다 사야 했다. 그렇게 구입한 땅이 평생 농사를 모르던 소 대표를 농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처음엔 유유자적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또 돈을 털어 땅을 샀는데 그걸 놀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소 대표가 미녹원에서 관리하는 매실 품종은 270종. 국가등록유전자원 목록에 등재된 매실 종류(560종)의 절반에 육박한다. 보통 열매가 크거나 과일이 잘 열리는 몇 가지 품종으로 농장을 조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매실 품종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그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게 소 대표는 안타까웠다. “매화(매실나무)는 선비들이 좋아한 꽃입니다. 그래서 고택, 종갓집, 사찰 같은 곳에 많습니다. 개발되면서 이런 곳들이 없어지고 동시에 매실 품종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지켜야 할 것 같았습니다.” 심어 놓은 매실 품종을 기준으로 농장에 길도 닦았다. 선인의 길, 화목의 길, 사찰의 길, 생명의 길, 흰구름 길 등이다.
“다양한 품종을 지켜야 새 품종도 나옵니다. 이런 일에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은 개인 의지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 같은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다양한 품종을 지키는 일에도 신경써야 농업도, 산업도 미래가 있습니다.”
충주=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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