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추진 의지에 鄭 "당론 아니다" 유보적 태도
한국당 "과거 담뱃값 인상 잘못된 정책" 공감대


자유한국당의 '투톱'인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서민 감세 차원에서 거론된 '담뱃값 인하' 추진 문제를 놓고 온도차를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담뱃값 인하를 5·9 대선 공약으로 내건 홍 대표는 실제 정책 추진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정 원내대표는 "아직 당론이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홍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값 인하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형태로 담뱃값 인하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저희 당이 담뱃세,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을 민주당에서 거꾸로 비난하고 있다"며 "담뱃세를 인상하려 할 때 그렇게 반대한 민주당이 인하에는 왜 반대하는지 참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또 "유류세 인하도 마찬가지로 서민 감세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만 열면 서민 이야기를 하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협조하도록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에 지방세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유류세 인하에 필요한 법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뱃세 인하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충분히 들어보고 (당론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에 대해서도 "현재로썬 개별 의원 단위로 (개정안이) 발의된 것 아니냐"며 "당장 의원총회를 여는 것은 좀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라디오에 나와 당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정책위 차원이라고 얘기하는 것 더 정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투톱 간 이런 시각차를 놓고 '홍준표 체제' 출범 직후부터 징후가 드러난 양자의 신경전이 재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두 사람은 대선 기간 '친박 징계 해제', '탈당파 복당 허용'을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또 정 원내대표는 홍 대표의 취임 후 "원내 일은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원내 관련 사안에 대해 홍 대표가 개입하는 듯한 모양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한편 한국당은 자당이 집권여당일 때 시행한 담뱃값 인상을 백지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다른 정당의 비판론에 대해서는 인상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식으로 피해 가는 분위기다.

정 원내대표는 "(가격 인상 후 담배) 수요가 그렇게 줄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 때 정책 결정이 잘못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이건 분명히 과거에 우리가 좀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정책이었다"며 "건강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담뱃값 문제를 거론했던 것이 사실인데, 올렸어도 담배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모든 것이 다 옛날 것을 계승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전체적으로 서민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해서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이슬기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