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흔들리는 서경배 신화…'사드 중풍'에 화장 지워지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의 K뷰티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사드 보복에 화장품 사업이 직격탄을 맞아서다.

하지만 사드 충격을 감안해도 아모레퍼시픽 실적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획일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중저가 제품 위주 전략이 전반적으로 삐그덕 거리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우려다.

◆ 2분기 매출 LG생건에 처음으로 밀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9% 급감했다. 매출액은 1조4130억원으로 17.8% 줄었다.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상반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6.1%, 30.2% 감소한 3조2683억원, 50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 나온 LG생활건강 실적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5301억원, 영업이익 2325억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이 LG생활건강에 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4분기 연속으로 LG생활건강에 밀렸다가 올해 1분기 이를 회복한 지 1분기 만에 다시 밀려났다.

개별 브랜드별로 실적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 58% 감소했다. 이니스프리 매출과 영업이익도 28%, 65% 줄었다.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적자전환했다.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국내 면세점에서 매출이 하락했다는 데 있다.

2분기 국내 면세 채널에서 매출은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60%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화장품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 판매가 줄어든 것이 실적 악화에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면세 채널 뿐 아니라 로드샵도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영업이익은 57.8% 급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리스크를 국내 면세점과 해외 현지로 한정해서 봤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면세점 외 내수 채널, 즉 로드샵에서도 중국인 의존도가 컸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이니스프리 부진·에뛰드 적자전환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한국 관광에 제한을 가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왔던 화장품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2분기 실적을 놓고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희비는 엇갈렸다. LG생활건강은 사드 보복에 따른 여파를 완전히 피해가진 못했어도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모두 선방했다.

이는 LG생활건강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장품 외에도 음료와 생활용품으로 다양한 데 반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상반된 전략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사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에서 30~40%씩 고성장을 해오다 2분기 성장세가 한 자릿 수(9.7%)로 꺾였다.

중국에서 마몽드,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키워왔지만 현지 여성들의 화장품 구매 가 점점 고가 위주로 바뀌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고가 브랜드인 후와 숨 등이 중국에서 7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인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사드 보복이 주 원인이지만 중국 여성들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이유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발표한 '2분기 화장품 검색지수'에 따르면 이니스프리 순위는 지난해 3위에서 6계단 하락해 9위에 그쳤다. 설화수와 라네즈 등도 8위, 10위에 머물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둔화한 것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중국 외에도 해외 시장을 꾸준히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