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소비] "충성고객 확보하자"…프리미엄 PB 확대…아디르·델라라나 등 효자상품으로 부상
신세계백화점이 프리미엄 자체브랜드(PB)를 늘려가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가성비를 찾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백화점 방문객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디자인, 품질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소비 절벽 현상이 길어지면서 브랜드 이름값보다 가성비가 뛰어난 상품에 눈길을 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들 수요에 따라 지난해 패션 PB를 출시했다.

신세계가 상품 기획 및 디자인과 제작 판매 브랜딩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은 낮추되 품질은 기존 유명 브랜드에 뒤떨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올해 2월 출시한 다이아몬드 브랜드 ‘아디르’와 지난해 9월 선보인 캐시미어 전문브랜드 ‘델라라나’가 대표적이다.

아디르는 세계적인 해외 주얼리 브랜드와 동일한 원석 공급 딜러로부터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공급받고, 일본 주얼리 전문 세공 장인이 제작한다. 가격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 대비 20%가량 낮은 가격대로 책정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감정기관 미국 보석 감정위원회(GIA)의 감정서와 신세계백화점 자체 감정서를 함께 제공해 신뢰도를 높였다.

해외 유명브랜드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아디르는 출시 6개월 누적매출이 목표보다 20% 높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결혼을 앞둔 20~30대 소비자를 겨냥했지만 실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중 40~50대 중·장년층도 많았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디르가 인기를 끄는 것이 고급 주얼리 주요 소비층이 신혼부부라는 기존 상식을 깬 신호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고급 커팅 및 세팅이 가미된 2000만원 이상 하이주얼리 라인을 기존보다 10% 이상 늘렸다. 재구매한 소비자도 많았다. 지난 2~6월 아디르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구매한 재구매 고객 비율이 20%였다. 원래 주얼리는 가격이 높아 브랜드 재구매 주기가 긴 편인데 출시 5개월 만에 재구매율이 20%를 넘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장수진 신세계백화점 아디르 팀장은 “20~30대 예비신혼부부가 합리적인 가격에 이끌려 프러포즈 반지로 구매한 뒤 우수한 품질에 반해 다시 결혼 예물을 사러 오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디르에 앞서 선보인 신세계백화점 캐시미어 자체브랜드 델라라나도 순항 중이다. 델라라나는 단정하고 심플하지만 세련된 스타일의 캐시미어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기획했다. 원사 수입부터 디자인과 제작까지 신세계백화점이 맡았다.

출시 2년 전부터 캐시미어 브랜드의 기획, 디자인, 운영 등을 맡을 전담팀을 구성하고 타깃 고객층인 백화점 VIP고객과 멤버십 고객들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수요를 파악했다. 그 결과 최상급 캐시미어 브랜드로 유명한 로로피아나와 이탈리아에서 가공된 원사를 직접 수입해 제작하지만 가격은 백화점 캐시미어 브랜드의 절반 수준인 40만~60만원대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 출시 초기부터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인기는 매출로 이어졌다. 캐시미어 의류를 주로 입는 가을·겨울시즌인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델라라나 매출은 목표 대비 40%를 넘었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캐시미어 브랜드 중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최근에는 휴가지에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랩스커트, 비치웨어 등 봄·여름 전용 상품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5~6월 매출도 목표 대비 10% 이상 증가하는 등 캐시미어 비수기에도 판매가 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