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12년…쌈 마이웨이로 첫 전성기 맞았죠"
“‘쌈 마이웨이’를 촬영하는 동안 저 자신과 극 중 캐릭터 ‘설희’가 분리된 적이 없어요. 데뷔 이후 처음 느껴본 감정입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선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사랑스럽지만 조금은 억척스러운 백설희 역을 열연한 배우 송하윤(31·사진)은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드라마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쌈 마이웨이’는 남들이 뭐라든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성장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 최고 13.8%를 기록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그 중심엔 송하윤이 있었다. 상대 배우 안재홍과 6년 연인의 권태로움과 이별, 재회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연기 자체가 힘들진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어요. 정말 이별을 앞둔 여자의 피폐함이 생겼죠. 이별을 고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엔 실제로 이별한 느낌이 들어서 혼자 울기도 했답니다.”

송하윤은 자신의 캐릭터만큼이나 안재홍이 연기한 주만에게 푹 빠진 눈치였다. 첫 만남부터 안재홍을 극중 주만으로만 인식해서 리허설 없이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안재홍과의 호흡이 어땠느냐고 하자 “사적인 얘길 나눈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안재홍과는 뉘앙스 하나로도 변질될 수 있는 얇고 섬세한 감정으로 연기해야 해서 편안하게 수다를 떠는 데 에너지를 쓸 수가 없었다”며 “편안하면서도 긴장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송하윤은 이번 작품에서 변해가는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해 주목받았다. 그는 “내가 설희 그 자체였다”며 “내 연기가 호평받았다면 완벽한 몰입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명 12년…쌈 마이웨이로 첫 전성기 맞았죠"
“캐스팅이 확정되기도 전에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캐릭터에 매료됐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설희였어요.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 소속사 관계자에게 감독님, 작가님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2000년대 초반 ‘CF 샛별’로 떠오른 송하윤은 2005년 MBC 8부작 드라마 ‘태릉선수촌’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스펙트럼을 넓혔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다. 2015년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오월 역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인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그동안 오디션에서 떨어진 것만 1000번쯤 되지만 ‘쌈 마이웨이’만큼 간절하게 매달린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쌈 마이웨이’는 송하윤을 오랜 무명의 늪에서 건져 올린 작품인 셈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배울수록 더 어려워졌고 퇴보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쌈 마이웨이’를 마친 지금은 새로운 마음이 생겼어요.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조금은 즐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현지민 / 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