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무부가 자국민에게 터키로 여행을 가거나 터키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의 맹주 독일과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터키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터키가 워크숍 참석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독일 인권운동가 페터 슈토이트너를 테러조직 지원 혐의로 체포한 데 따른 대(對)터키 정책 방향 전환을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를 띤 이 발표에서 그는 독일 정부가 앞으로 터키와의 경제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터키의 외국인 관광객 중 독일인의 비중은 15%에 이른다. 또한 독일은 터키가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이자, 중국 다음으로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다. 터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터키의 독일 수출액은 131억달러(전체의 9.8%), 수입액은 215억달러(전체의 10.8%)였다. 양국 간 무역 규모는 터키 전체 무역량(3411억달러)의 10%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가브리엘 장관은 슈토이트너 체포 사례를 들어 “독일 시민이 터키에서 임의로 체포되는 문제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존경받는 기업들에도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나라에 투자하라고 권할 수 없다”며 사업 자제를 권고했다.

독일 일간지 디차이트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지난해 터키에서 일어난 쿠데타 시도 배후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하고, 그와 연계된 인물들을 숨겨준 혐의로 자동차회사 다임러, 화학회사 바스프 등을 포함한 68개 독일 사업체 명단을 독일 정부에 전달했다..

터키는 즉각 반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변인 이브라힘 칼른은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터키 외무부도 독일 외무부 발표가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