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상용화…'기본 장착' 걸림돌은 결국 비용

#상황1. 대형버스 운전기사 A씨는 졸음을 참아가며 2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계기판 정중앙에 침대 모양의 노란색 경고 이미지가 표시됐다.

A씨가 졸면서 핸들 조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를 자동으로 인지한 '주의 보조'(Attention Assist) 시스템이 작동해 운전자에게 휴식을 권고한 것이다.

다음 휴게소까지 20여㎞가 남아 있는 탓에 A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자 15분 뒤 또다시 경고 표시가 떴다.

이를 무시하고 조금 더 주행하니 이번엔 시끄러운 경보음까지 울려댔고, 결국 A씨는 가까운 졸음쉼터로 운전대를 돌렸다.

#상황2. 트랙터 운전기사인 B씨는 뒤에 10t이 넘는 컨테이너를 끌고 굴곡이 심한 길을 회전하던 중이었다.

B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트랙터의 왼쪽 앞바퀴가 차선을 밟았다.

그러자 차로이탈경고장치(LDWS)가 작동해 뱃고동 같은 경보음이 울리고 계기판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깜짝 놀란 B씨는 핸들을 돌려 원래 차선으로 복귀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3. 회사원 C씨는 주말을 맞아 차에 가족들을 태우고 나들이에 나섰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빈 차선을 넘나드는 '얌체' 승용차가 갑자기 C씨의 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C씨가 브레이크를 채 밟기도 전에 경보음과 함께 차량이 저절로 속도를 줄이더니 앞차와의 간격이 멀어지자 다시 정상 속도를 회복했다.

C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졸음운전과 과속에 따른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런 참사를 예방하고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의 주행안전기술 개발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 기술은 장기적으로 보면 자율주행차와도 연결된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안전하게 주행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승용차 주행안전기술의 경우 2010년대 초반까지는 고가의 센서를 다수 장착해야 하는 탓에 주로 고급차를 중심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령 운전자가 늘고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소형차에서 최고급 세단에 이르기까지 차급 구분 없이 대부분의 차량으로 확대됐다.

흔히 알려진 LDWS와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외에도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 전방 충돌방지 보조시스템(FCA), 후측방 충돌 경고 시스템(BCW), 후방 교차충돌 경고(RCCW) 등의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 중이다.

LKA는 전방 유리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도로 차선 표시를 인식한 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넘어설 경우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모터로 조작해 차선 안으로 주행하도록 돕는다.

FCA, BCW, RCCW는 모두 차량 앞, 뒤, 옆에 부착된 센서를 활용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접근 차량이나 물체가 있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거나 바퀴를 미세하게 조정해 충돌을 막는 기능을 한다.

이 밖에 앞차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항속·완전 정차·재출발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정상적인 주행상황과 다른 형태가 감지되는 경우 계기판에 이를 알리는 운전자 주의경고 시스템(DAW), 반대편 차선의 차량 불빛을 감지해 상향등을 하향등으로 자동 전환하는 '스마트 하이빔' 등의 기술도 개발됐다.

상용차는 한번 사고가 나면 피해가 훨씬 큰 만큼 특화된 주행안전기술이 폭넓게 적용됐다.

현대·기아차는 경사로에서 정차 후 재출발할 때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언덕길 발진 보조장치'와 내리막길에서 일정 속도 이상 가속되지 않도록 해주는 '리타더 다운힐 크루즈' 등의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대차 유니버스, 기아차 그랜버드 등 대형버스에 기본 적용됐으며 대형트럭 엑시언트에는 옵션 사양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평소 차간 거리를 12m로 유지해 대열을 이뤄 주행하다가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차간 거리를 일시적으로 15m로 늘리는 '군집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 단계에 있다.

볼보트럭 FH 6x2와 다임러트럭 악트로스 등 트랙터도 선행 차량과의 적절한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운전자 스트레스와 조작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차간거리유지시스템(ACC)을 비롯해 다양한 주행안전기술을 갖췄다.

이처럼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첨단기술이 상용화됐으나 대부분 옵션으로 적용하면서 차 값이 비싸지는 탓에 소비자가 실제 활용하기에는 아직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기본 장착을 늘리고, 생계형으로 쓰이는 상용차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 주행안전기술이 실생활로 확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의 경우 2020년 말까지 자사 모든 승용차와 다용도 차(RV) 모델에 긴급 상황에서 차가 스스로 제동하는 기능,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장치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택시, 소형 상용차(포터·봉고)의 경우 우선 옵션(선택사양)으로서 FCA가 제시된다.

이후 소상공인, 택시 사업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들 차종에도 FCA를 기본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