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인허가’ 비리의 실체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법정 진술이 알맹이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3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사건 재판에는 기재부 직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이날 진술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특검과 롯데 측 주장이 모두 맞다’는 모호한 증언으로 핵심을 피해 갔다.

이모 과장은 “2015년 11월 롯데와 SK가 특허심사에서 탈락하자 청와대가 기재부 등에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느냐”는 검찰 질의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당시 청와대에서 기재부에 면세점 특허제를 신고등록제로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느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검찰이 이 과장에게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는 이미 위(청와대)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느냐”고 묻자 “그런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가 적어도 2016년 3월까지는 면세점 추가 특허 방안을 확정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이해했으며, 당시 관세청은 시장 상황 등을 살피고 나서 진행하려 했지만, 청와대 지시에 따라 바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이어진 롯데 측의 신문에선 앞서 한 진술과는 다른 취지의 증언을 쏟아냈다. 롯데 측은 “2015년 11월 특허 탈락 발표 이전부터 정부가 면세점 특허 수 확대를 논의해 왔다”며 “실질적으로는 그해 7월부터 관계부처에서 지속해서 특허 수 확대를 검토해 왔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특별 지시로 인해 기재부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롯데 측이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자 이 과장은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롯데 측 변호인이 “특허 수 확대를 추진한 이유가 롯데를 봐주기 위해서인가”라고 묻자 “경쟁 강화를 위해 수를 늘리는 취지로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이런 답변을 토대로 롯데 측은 기재부가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자유경쟁시장 체제를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롯데 측 변호인은 “기재부는 면세점이 오히려 한정돼 있어 특혜 논란이 생기는 상황이 되니, 아예 확대해서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