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브라질 국채 판매액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3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KB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9개 증권사의 올 상반기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2조99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9216억원)보다 세 배 많은 채권 상품을 반년 만에 판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주요 재테크 상품군 중에서도 한국형 헤지펀드(3조8097억원 순유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재테크 시장의 대표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형펀드가 올 상반기에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박스권 장세에서 인기를 끌었던 ELS의 올 상반기 발행액은 36조9706억원으로, 같은 기간 상환금액(42조3290억원)보다 5조3584억원 적었다. 주식형펀드에서도 5조2716억원이 빠져나갔다.

증권사들도 브라질 국채 판매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브라질 국채를 판매할 때 투자금의 2~3%가량을 선취 수수료로 떼는 점을 감안하면 600억원 이상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 채권에 ‘뭉칫돈’이 몰렸지만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라질 채권 가격은 연초 대비 5.89%(12일 기준) 올랐지만, 같은 기간 원·헤알 환율이 4.17%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지급된 5% 안팎의 채권 이자를 포함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투자수익률은 연초 이후 5~6%에 그친다. 연 70%에 달했던 지난해 브라질 채권 투자수익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환 노출형 상품으로, 연 10% 안팎의 이자는 매년 1월과 7월에 나눠 지급된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브라질 채권은 지난 5월19일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연루된 ‘뇌물 스캔들’이 터지자 하루 만에 17%가량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정치적 이슈로 하락한 채권 가격이 최근 올라오긴 했지만 추후 탄핵 진행 상황에 따라 급등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 팀장은 “지난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판매 규모가 주춤했지만 연 10%에 달하는 이자율은 매력적”이라며 “브라질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2~3년 장기투자하면 괜찮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