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치킨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한때 모회사였던 BBQ 매출을 뛰어넘어 치킨업계 2위로 급성장했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더로하튼그룹(TRG)이 2013년 6월 BBQ제네시스로부터 bhc치킨 지분 100%를 인수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박현종 bhc 회장(사진)은 12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독자경영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문경영인 체제와 과감한 연구개발(R&D)투자, 상생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이 bhc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1400개 육박

bhc는 4년 전까지 BBQ의 자매 브랜드였다. 당시엔 업계 10위 안팎에 머물렀다. 주인이 바뀐 뒤 변화가 시작됐다. 작년 매출은 2013년보다 181% 증가한 2326억원을 기록했다. 가맹점 수도 806개에서 1395개로 늘었다.

TRG는 bhc 인수 후 삼성전자 출신 박 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박 회장은 광고 판촉보다 물류 및 설비 투자와 메뉴 개발 등에 집중했다. 모든 가맹점으로 향하는 배송 트럭에 위성항법장치(GPS)와 자동온도장치를 부착하는 등 물류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R&D에도 과감하게 투자했다.
가맹점주들에게 ‘1년에 무조건 두 개의 신메뉴를 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메뉴 개발팀을 강화했다. 임원들이 나서서 20~30대 여성들이 자주 간다는 맛집을 돌며 모든 메뉴를 시식해보고 트렌드를 읽었다. 그래서 나온 메뉴가 치즈가루를 뿌린 뿌링클, 맛초킹, 커리퀸, 맵스터, 치레카 등이다. bhc가 지난 4년간 내놓은 신메뉴는 모두 다른 치킨 브랜드에는 전혀 없던 독창적인 것.

박 회장은 “4년 전엔 프라이드치킨 매출 비중이 30%로 1위였지만 지금은 3위로 내려갔다”며 “히트 제품이 계속 나오면서 우리 메뉴끼리 경쟁하게 되고, 결국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이 동시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bhc는 작년 6월 60억원을 투입해 신규 푸드공장도 지었다.

◆“최고 가치는 가맹점과의 상생”

박 회장은 “독자경영 이후 bhc가 최고의 가치로 삼은 것이 가맹점과의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바람 광장’ 제도가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가맹점주가 게시판에 의견을 올리면 회장이 직접 확인하고 24시간 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한 것. 그는 “닭을 튀겨본 사람은 알겠지만 고되고 힘든 일인데 점주의 삶의 질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10단계였던 치킨 조리 과정을 3단계로 줄이는 방식을 개발해 효율도 높이고 만족도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 확산으로 가맹점의 현금 흐름이 나빠지는 문제도 본사가 해결했다. 소비자가 소셜커머스에 e쿠폰으로 구입해 결제하면 대금 정산이 이뤄지기까지 최장 55일이 걸린다. bhc 본사는 먼저 3일 내 가맹점에 현금을 지급해 주고, 50일 뒤 본사가 소셜커머스 업체로부터 정산받는 방식으로 점주들을 지원했다.

상생 경영이 입소문 나면서 가맹 요청이 늘었다. 가맹점 연평균 매출도 4년 전 1억4200만원에서 3억1300만원으로 늘었다. 박 회장은 “본사가 가맹점에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이익을 많이 돌려주는 것”이라며 “매장당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고, 기존 점주가 추천해 오픈하는 매장도 30~4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주인이라 번 돈을 해외로 다 가져가고 잘나갈 때 회사를 매각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 회장은 “총 투자금액 1650억원 중 국내 기관투자가 비율이 60%를 넘고, 이익금의 해외 배당도 전혀 없었다”며 “책임감 있는 재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당장 매각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bhc는 이날 구운 치킨인 ‘붐바스틱’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국내산 닭다리에 텍사스식 잠발라야 소스와 고추청을 덧발라 구운 치킨으로, bhc가 구이 메뉴를 내놓는 건 처음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