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vs펀드] 투자도 'AI시대'…로봇 펀드매니저 쓸까, 로봇 PB 둘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개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지난해 인기를 끈 데 이어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형 자산관리인 ‘로봇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자산가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서 직접 상담받아 자산을 나누던 기존 PB 서비스의 판도가 달라질지 관심이다.

○낮은 변동성, 꾸준한 수익률

[펀드vs펀드] 투자도 'AI시대'…로봇 펀드매니저 쓸까, 로봇 PB 둘까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열풍과 함께 주목받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 ETF나 주식 등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컴퓨터가 분석한 현 시장 상황과 데이터 오류를 스스로 점검(기계학습·machine learning)해 투자하는 ‘로봇 펀드매니저’ 개념이다.

로봇 펀드매니저 시장 업계 1위는 쿼터백투자자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공모펀드(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처음으로 출시한 데 이어 로봇이 굴리는 한국형 헤지펀드도 내놓았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최소 1억원 이상을 받아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쿼터백투자자문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헤지펀드는 여기에 가격이 내릴 것 같은 ETF를 빌려 공매도하는 쇼트 투자 기법과 레버리지·인버스 ETF, 채권, 파생상품 거래 등 다양한 전략을 추가로 활용하고 있다. 조홍래 쿼터백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생상품시장에서도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 오류를 점검하는 기계학습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의 연간 변동성(목표 수익률)은 10~15% 수준으로 설정됐다.

지난해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낮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주식 혼합형)는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9.44%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회사의 채권 혼합형 펀드 역시 올 들어 3.57%의 수익을 냈다. 수익률이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이다. 고위험·고수익 대신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가입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PB로 자산배분

로봇 PB는 로봇 펀드매니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고객의 생애 주기와 은퇴 시기에 따라 예금, 펀드, 개별 주식, 현금, 보험 등에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연봉 4200만원인 35세 직장인이 65세 은퇴 이후 자금을 마련한다고 가정하자. 이 데이터를 받아든 로봇 PB는 물가 수준과 연봉 인상률, 국민연금 수령액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뒤 투자처를 알려준다. 증권사 PB가 하는 일을 몇 번의 클릭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가 발달한 미국에선 로봇 PB 시장이 로봇 펀드매니저 시장을 앞질렀다. 이용자가 현재 네 배 정도 더 많다는 설명이다. 로봇 PB의 가장 큰 장점은 수억원대 자산가들이 이용하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투자 금액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린치증권은 25만달러 이상의 자산가는 기존 PB들이, 그 이하는 로봇 PB가 관리한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도 로봇 PB 서비스를 도입하고 최소 가입금액을 5만달러로 낮췄다.

로봇 PB 서비스는 증권사나 은행 등에서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단계다. 기존 PB들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한다. 일각에선 재무설계사들이 기존 보험 상품 위주에서 벗어나 펀드나 예금,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추천해주는 방식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은행 점포 개설이나 PB 고용 없이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