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독주 속 애플·구글 가세
삼성전자도 AI 스피커 개발 중
중국 IT기업들 잇단 도전장
SKT '누구' 금융·유통으로 확대
KT, 제휴사와 AI 서비스 연구
○삼성도 AI 스피커 개발
삼성전자는 자사 AI 서비스인 ‘빅스비’를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스피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베가(Vega)’라는 코드명으로 AI 스피커를 1년가량 개발해 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AI 스피커를 출시하면 아마존, 알파벳(구글), 애플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가정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무실 등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AI 스피커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오디오 업체인 하만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지난 5월 ‘인보크’라는 이름의 AI 스피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15년 3월 스페인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음성 인식 스피커를 공개하려고 했으나 소프트웨어 문제 등으로 보류했다.
○글로벌 업체들 치열한 경쟁
애플은 지난달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를 활용한 AI 스피커 ‘홈팟(Home Pod)’을 공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홈팟은 놀라운 지능을 가진 제품”이라며 “매우 멋진 AI 스피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은 “홈팟은 애플뮤직과 시리를 합친 제품”이라며 “홈팟을 ‘음악 연구가(musicologist)’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홈팟은 올해 말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 우선 출시된다. 가격은 349달러(약 39만원)로 경쟁 제품인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홈팟은 음악을 틀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뉴스나 날씨, 교통 상황 등도 알려준다. 홈팟을 이용해 목소리만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고, 가정 내 조명이나 가전제품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음성 명령을 통해 애플 TV 조작도 가능하다.
구글은 지난 5월 열린 자사 개발자 대회 ‘IO 2017’에서 AI 스피커 구글홈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용자가 집안에 있거나 외출했을 때 각각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잇따라 AI 스피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아마존의 에코와 비슷한 AI 스피커 ‘티몰 지니(Tmall Genie) X1’을 다음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티몰 지니 X1은 음성을 통해 음악 재생과 일정 관리 등을 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티몰 지니 X1의 가격을 크게 낮춰 초기에는 499위안(약 8만45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애플 홈팟(349달러), 아마존 에코(18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알리바바 경쟁사인 텐센트와 바이두 등도 AI 스피커를 선보일 계획이다. 텐센트의 마틴 라우 사장은 지난 5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수개월 내에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두는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스피커 관련 운영체제(OS)인 ‘듀어 OS’를 공개했다. ○국내 통신사도 AI 적극 공략
국내에서는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들이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선보인 이후 금융·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과 AI 기반의 진료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SK텔레콤은 삼성증권과 제휴를 맺고 AI 음성 증권 서비스도 선보인다. 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말 한마디로 증권시세 등을 알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관심 종목을 총 10개까지 등록해 시세를 조회할 수 있다. 관심 종목의 개별 시세뿐만 아니라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 변동률까지 알려준다. 거래량 1~3위 종목과 외국인·기관의 매매 상위 종목 등도 안내해 준다.
김성한 SK텔레콤 AI사업본부장은 “앞으로 투자 수익률 분석, 맞춤 상품 추천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며 “금융 서비스 전반에 AI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는 셋톱박스 겸 음성인식 스피커인 ‘기가지니’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서울 우면동 KT융합기술원에 ‘AI 테크센터’도 열었다. KT는 이곳에 제휴사 연구 인력이 상주하면서 AI 서비스를 함께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AI 음성·영상 인식 능력 등을 테스트하는 성능 평가실, 국내외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체험 공간 등도 마련돼 있다. KT는 기가지니 생태계 확대를 위해 개발 프로그램도 제휴사들에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