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동이 빨라지면서 전자결제 회사 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영국 전자결제 기업 월드페이가 91억파운드(약 13조5306억원)에 미국 경쟁사 밴티브에 팔린 게 대표적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최대 전자결제 업체 월드페이 몸값이 7년 새 세 배 넘게 뛰었다. 밴티브가 지난 4일 월드페이를 인수한 가격은 2010년 베인캐피털과 어드벤트인터내셔널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로부터 월드페이를 사들인 가격(25억파운드)보다 3.64배 높은 수준이다.

그 사이 월드페이 매출도 50%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1억2400만파운드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우버 딜리버루 등 공유서비스 기업의 성장세와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 등 스마트폰에 들어간 전자지갑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전자결제 시장이 급증한 영향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필립 얀센 월드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동을 보고 있다”며 “이는 신용카드가 아니라 디지털결제로의 이동”이라고 말했다.

미국 컨설팅회사 캡지미니가 다음주 발표할 예정인 보고서에 따르면2015년 기준 세계 비현금 거래 규모는 11.2%(4330억 건)에 달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결제 시장 매출이 2014년 1조8000억달러(약 2078조원)에서 2020년 2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스웨덴에선 전체 결제의 20%만이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 현금결제 이용률은 75%다. 신흥국의 비현금 거래 증가율은 22%(2015년 기준)에 이른다. 알리페이(알리바바)와 웨이신페이(텐센트)가 주도하는 중국의 비현금 거래는 2015년 전년보다 64% 늘었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액수는 5조5000억달러로, 미국(1120억달러)의 50배가량에 달했다.

은행과 신용카드사들도 앞다퉈 결제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비자와 마스타카드는 덴마크 결제회사 넷츠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 최대 은행 JP모간은 월드페이 인수를 검토했다가 포기했다.

밥 리아오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유럽연합(EU)이 내년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고객 은행계좌에서 바로 돈을 이체할 수 있게 하는 ‘오픈뱅킹’을 도입하면 기존 신용카드업계 수수료 수익은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